이범호 KIA 11대 감독, '80년대생 사령탑 시대' 예상했나…트렌드 눈 뜬, 준비된 감독이다

입력
2024.02.13 17:19
수정
2024.02.13 17:19
 이범호 신임 KIA 타이거즈 감독 ⓒ곽혜미 기자 호주에서 선수들의 타격을 지도한 이범호 신임 감독 ⓒ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KBO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감독이 탄생했다. 올해 나이 41살의 '젊은 지도자' 이범호 감독이 KIA 타이거즈 제11대 사령탑을 맡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범호 감독의 젊은 나이, 짧은 지도자 경력이 우승을 바라보는 KIA와 어울리는지 의문을 표하기도 하지만 그는 분명 언젠가 감독이 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 시기가 예상보다 조금 일찍 왔다.

KIA는 13일 오전 이범호 '전 타격코치'의 감독 승격 소식을 전했다. 조건은 계약 기간 2년에, 계약금 3억 원과 연봉 각각 3억 원으로 총액 9억 원이다. 그러면서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스프링캠프가 막을 올린 지 13일 만에 새 감독이 결정됐다. 빠르다면 빠르고, 늦었다면 늦었다고 할 수 있는 시기. 그래도 1차 캠프가 끝나기 전에 감독이 선임된 것은 시기상 늦었다고 보기 어렵다. 김종국 전 감독의 직무정지 징계 조치가 28일, 해임 결정이 29일이었다. 이범호 감독 선임을 결정하고 결재를 받기까지 걸렸을 시간을 감안하면, 단 2주 만에 새 사령탑 후보를 정리하고 검증한 뒤 결정까지 내렸다는 얘기다. 심재학 단장의 숨가쁜 2주였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신임 감독 ⓒ 곽혜미 기자 이범호 KIA 신임 감독은 지도자 경력이 일천한 가운데 '퓨처스 총괄 코치'라는 감독급 직책을 맡았다. 구단이 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언젠가 감독이 될 상'이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00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았다. 데뷔 후 첫 2년 동안 모두 60경기 이상 출전하며 어느정도 기회를 받았지만 타석에서 1할대 타율에 머무르면서 프로의 벽을 느껴야 했다. 그러다 3년차였던 2002년 타율 0.260과 데뷔 첫 두 자릿수 기록인 11홈런으로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0.308)까지 찍었다.

한화에서 주전 3루수로 자리잡고 국가대표 커리어까지 쌓은 이범호 감독은 2010년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의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한다. 팀을 옮길 때는 소프트뱅크와 최대 2+1년 5억 엔이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는데, 이범호는 일본 데뷔 시즌 타율 0.226 4홈런에 그치면서 시작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결국 2년차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복귀를 추진했고 한화가 아닌 KIA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리고 2019년 KIA에서 현역 마지막 시즌을 보낸 뒤 지도자로 변신했다.

한화에서 10년을, KIA에서 9년을 선수로 뛰었지만 지도자 커리어까지 더하면 KIA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다. KIA 구단이 밝힌 선임 배경 '팀에 대한 이해도'는 확실히 갖춘 셈이다. 여기에 구단에서 성대한 은퇴경기와 은퇴식까지 열었을 만큼 선수단과 구단으로부터 신망을 얻었다. '선수단을 아우르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 역시 여기서 간접적으로 증명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구단 안팎에서 이런 이범호 감독의 성품을 토대로 일찍부터 '차기 사령탑 후보'로 평가하고 있었다는 점 또한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데 도움이 될 만한 요소다. 호주에서 선수단을 이끄는 이범호 신임 감독. 야구계는 그를 준비된 감독이라 말한다. ⓒ KIA 타이거즈

그래도 '1980년대생 감독'이라는 점에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은 이번 사령탑 선임과 별개로 언젠가 KBO리그도 이런 날이 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단 1년이지만 일본 프로야구를 선수로 경험하고, 또 은퇴한 뒤에는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지도자 연수를 받으면서 야구를 보는 시야가 트였다. 이범호 감독이 야구를 바라보는 태도를 김태균 해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TK52'에 올라온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이 영상에서 이범호 감독은 자신이 KIA에서 은퇴식이라는 영예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구단 측에서 먼저 은퇴식과 해외 연수를 제안했다면서 '몇 년 이상 근속', '우승', '주장 경력' 등 KIA 구단이 내부적으로 정해두고 있는 은퇴식 조건을 다 갖췄다고 돌아봤다. KIA에서 데뷔한 원 팀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지만 그정도로 구단으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었다.

김태균 해설위원과의 대화는 '해외 지도자 연수'로 이어진다. 김태균 해설위원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하며 "얻어지는 게 있나"라고 묻자 이범호 감독은 고민도 하지 않은 채 단번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범호 감독은 은퇴 직후인 2019년 소프트뱅크 호크스 연수코치로 추계캠프를, 2020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연수코치로 스프링캠프를 참관했다. 기간은 결코 길다고 보기 어려운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습득해 돌아왔다. 겉핥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의 말로 알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2010년 일본 프로야구 시절 함께 현역으로 뛰었던 이들이 지금 감독이 됐다고 얘기했다. 김태균 해설위원은 지바롯데 마린스 시절 동료였던 이마에 도시아키가 라쿠텐 골든이글스 감독이 됐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눈을 동그렇게 뜨며 "우리 이마에?"라고 되물었다. 이마에 감독은 1983년생으로 이범호 감독보다 2살, 김태균 해설위원보다 1살이 어리다.

이범호 감독은 "그정도로(젊어져서) 우리가 뛸 때 있던 선수가 감독이다. 마쓰이 가즈오가 세이부 라이온즈, 고쿠보 히로키가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이 됐다. 그런 분들이 그런 자리에 가 있다"며 젊은 지도자로 세대교체가 된 일본 야구를 주목했다.

마쓰이 감독은 1975년생으로 지난해부터 세이부를 이끌고 있다. 고쿠보 감독은 1971년생. 은퇴 후 국가대표 팀부터 맡았다가 올해 처음 프로 팀 감독이 됐다. 2013년 10월 국가대표 전임감독 선임 당시 나이가 42살이었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당시 해설위원)과 고쿠보 히로키 감독.

이범호 감독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던 김태균 해설위원은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며 '해외 연수 무용론'을 폈다. 배워도 써먹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는 "(해외)연수에 부정적이었던 게, 연수 갔다가 온 선배들이 일본, 미국 야구를 배워와도 그 시스템을 적용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범호는 "소프트뱅크 연수를 간 이유는 우리가 뛸 때랑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고 싶어서였다"며 10년 사이 '일본 야구'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옆으로 휘는 볼끝 좋은 공을 선호했던 일본이 미국처럼 던지기 시작했다. 타자들도 그에 맞춰서 밑에서 올라가는 각도로 바뀌었다. 그런 팀들이 성적을 냈다"며 견문을 넓히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뛸 때랑 다르다. 그래서 일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미국에서 성적을 낸다. 미국으로 공부하러 갔더니 어떤 각도로 와야 하는지, 어떤 각도로 쳐야 확률이 있는지(본다)며 "전력분석팀 가면 다 시스템에 있다. 그렇게 혼자서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운동이 끝나면 집에 안 가고 전력분석실에 모인다"고 설명했다. 김태균 해설위원에게는 또 한번 "무조건 가야 된다고 본다"며 언젠가 지도자로 현장에 돌아온다면 해외 연수를 반드시 받을 것을 추천했다. 이우성 ⓒ곽혜미 기자 변우혁(오른쪽)이 이범호 감독과 특훈을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영상 후반부에서는 타선 구성에 대한 밑그림도 얼핏 살펴볼 수 있다. 당시에는 타격코치 자격으로 했던 말이지만, 이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감독이다.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이범호 감독은 "1루수가 제일 중요한 포지션인데, (이)우성이를 외야에서 1루로 돌린다. 1루 수비를 또 곧잘 한다. 1루로 가주면 팀 타율이 달라질 수 있다. (변)우혁이도 그 자리를 놓고 싸워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우성은 지난해 126경기에서 타율 0.301과 OPS 0.780, 8홈런 58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전반기(타율 0.289)보다 후반기(0.315)가 더 좋았따는 점에서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올해는 포지션 변경으로 빈틈 없는 타순을 만드는 '만능 열쇠'가 될 전망이다.

변우혁은 반대로 전반기에 장점인 장타력을 보여줬지만(48경기 6홈런) 후반기에는 그렇지 못했다(35경기 1홈런). 김태균 해설위원은 "변우혁이 노시환 라이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잠재력에 비해 결과를 내지 못한 이유를 궁금해 했다. 이범호 감독은 "허리가 안 좋다는 걸 의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스피드를 못 낸다. 힘을 쓸 수 있는 구간이 없으니까 기복이 있다"며 "허리 아파서 경기를 못 뛰면 계쏙 못 뛴다. 칠 때는 세게 치라고 했다. 그정도 스피드로만 쳐줘도 홈런 20개 이상 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은퇴 경기에 나섰던 이범호 코치 ⓒ 곽혜미 기자

지난해 성적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범호 감독은 "작년에 조금만 덜 다쳤으면"이라며 "4위(NC 다이노스)와 2.0경기 차이였고, 3위(SSG 랜더스)와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3.5경기)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목표는 정상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우승이다. 목표는 우승인데, 3등 안에만 들면"이라고 했다.

영상 막바지에는 김태균 해설위원에게 현장 복귀를 권하면서 "현장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방송인으로서 야구 발전에 힘써달라"고 얘기했다. 김태균 해설위원은 "언젠가 내가 형이랑 같이 양쪽 더그아웃에서 할 수도 있고, 같이 할 수도 있고"라고 화답했다. 영상 촬영 때는 덕담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지금 상황에 대입해 보면 다르게 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이범호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감독자리를 맡게 돼 걱정도 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팀을 꾸려 나가도록 하겠다"며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또 "구단과 팬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초보 감독이 아닌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서 맡겨 진 임기 내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초보 감독이니, 현역 최연소 감독이니 하는 핑계를 대지 않고 결과를 향해 직진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범호 코치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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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키톡 4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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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승해보는거야
    김종국으로 인해 이범호가 감독직으로 선임되네요
    5달 전
  • agiyf
    잘해라 범호야 마
    5달 전
  • 뿅블리
    앞으로도 좋은 경기 기대해요 ^^
    5달 전
  • ss5270
    80년대생 사령탑이 올 시즌 어떤 결과를 낳을까
    5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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