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리더' 이범호 KIA 신임 감독 "2011년 입단 때 초심으로"[인터뷰]

입력
2024.02.13 16:22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1년에 KIA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생각도 못한 일이었죠."

KIA 타이거즈의 제11대 감독으로 선임된 이범호 신임 감독(43)이 이렇게 말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대구 출신에,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해 이후 KIA에 새 둥지를 틀었던 '선수' 이범호는 13년만에 '타이거즈 사령탑'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명문 구단인 KIA 감독이라는 자리는 누구나 원하는, 야구인으로 최고의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열심히 달려와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KIA 일원이 됐던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또 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IA는 13일 "신임 감독으로 이범호 1군 타격코치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계약 금액은 총 9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이다.

호주 캔버라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1군 타격코치'로 선수들과 구슬 땀을 흘리던 이범호 감독은 '1군 감독'으로 단숨에 자리가 바뀌었다. 이날 선수단 전체와 간단한 상견례 시간을 가진 이 감독은 14일 훈련부터 본격적으로 '감독' 역할을 수행한다.

선임 발표 후 연락이 닿은 이 감독은 "쉽지 않은 상황에 중책을 맡겨주셨다.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 "그래도 좋은 선수들과 함께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에 한편으로 기대도 된다"고 했다.



한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1년 KIA로 이적했던 이 감독은 이후 한 번도 KIA 유니폼을 벗지 않았다. 2017년 한국시리즈에선 5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통합 우승의 기쁨을 함께 했고, 2019년 현역 은퇴 후 연수 기간을 거친 뒤 2021년부터 코치로 돌아왔다.

요컨대 KIA와 큰 인연이 없을 뻔 했던 이 감독이지만, 어느덧 12년째 동행을 이어가며 '타이거즈'의 상징적인 인물이 돼고 있는 셈이다.

이 감독은 "KIA에 입단할 때만 해도 이런 순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감회가 새롭다"면서 "그동안 KIA에 꽤 오랫동안 몸 담으면서 팬들의 성원이 얼만큼 열정적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에 보답할 수 있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감독 이범호'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일종의 '자율야구'지만, 그만큼의 책임감과 팀워크도 요구된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하고 싶은 야구를 그라운드에서 펼쳤으면 좋겠다"면서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테두리에 가두지 않고 넓은 벌판에 두고 싶다. 그러면서 경기에만 집중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시절 여러 감독님들을 거쳤는데, 그때 기억들을 잘 떠올려야 할 것 같다"면서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셨던 감독님이 어떤 부분을 강조하셨는지, 반대였던 감독님은 어떤 부분이 안 좋았는 지를 체크해보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1981년생으로 KBO리그 최초의 '80년대생' 사령탑이기도 하다. 당장 팀내 최고참인 최형우(41)와도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에 '젊은 리더'라는 점을 장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것이 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에서도 그 점을 높게 평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틀에 박혀있지 않고, 모든 선수들과 편안하게 이야기하면서 다같이 방향을 설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그 최다인 11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리그 최고 인기팀. 새 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는 전력까지. '초보 감독'에게는 적잖은 부담감이 될 수도 있지만, 이 감독은 부담을 느낄 시간조차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늦은 시점에 선임이 됐기 때문에 넋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새 시즌을 구상하겠다"고 했다.

첫 시즌 목표는 과감하게 우승이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가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기량을 이끌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다. 감독으로도, 선수 때만큼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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