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도, 바람의 아들도 아니었다...'V12 정조준' KIA의 선택, 왜 이범호인가

입력
2024.02.13 10:23
수정
2024.02.13 13:25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숨가빴던 보름,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이범호였다.

KIA는 13일 제11대 감독으로 이범호 1군 타격 코치를 선임했다. 호주 캔버라 1차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던 이 감독은 곧바로 지휘봉을 잡고 팀을 이끌게 됐다.

이 감독은 12일 밤 심재학 단장과 통화를 통해 감독 선임 사실을 접했다. 호주에서 함께 생활 중인 코칭스태프와 관계자, 선수들 모두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13일 오전 국내에서 이 감독 선임이 공식 발표된 직후, 호주 현지에서 진행된 코칭스태프 미팅을 통해 공식화 됐다. 이 감독은 13일 훈련부터 코치가 아닌 감독 신분으로 팀을 이끌었다.

KIA가 스프링캠프 이틀 전 감독 해임을 결정한 뒤, 다양한 인물이 후보군에 올랐다. 타이거즈 영구결번인 선동열 전 감독, 이종범 전 코치의 이름이 거론된 건 물론, 우승 경력을 갖춘 외부 지도자들도 물망에 올랐다.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 영입으로 흔들린 팀 분위기를 다잡고 우승을 목표로 하는 올 시즌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의 변화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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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전임 사령탑의 갑작스런 해임 이후 유력한 내부 승격 후보로 떠올랐다. 은퇴 전부터 차기 지도자감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리더십을 선보였다. 지도자 전향 후에도 꾸준히 노력하는 이미지로 선수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KIA는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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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도 이 감독 선임이 최고의 카드였다. 이미 짜여진 전력에서 외부 인사를 선임하게 될 경우, 팀 파악과 전력 재정비 등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컸다. 시즌 구상을 마친 상황에서 기존 팀 운영 방향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내부 자원이 바통을 이어 받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KIA가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한 뒤부터 이 감독이 진갑용 수석코치와 함께 유력한 내부 승격 후보로 거론된 이유다. 다만 KIA가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량감 있는 외부 사령탑 영입에도 초점을 맞출 것이란 시선이 있었기에, 이 감독의 실제 취임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여겨졌다. KIA는 안정과 효율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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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엔 앞서 실시한 전략세미나도 큰 몫을 차지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22일 광주에서 최준영 대표이사와 심재학 단장, 1군 및 퓨처스 코칭스태프 전원이 참석한 2024시즌 전략세미나에 1군 타격 코치 신분으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지난 시즌 1군 타격 및 포지션별 강약점을 제시하고 올 시즌 팀이 목표로 향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설명했다. 이 감독은 "타격 파트를 맡으면서 평소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 준비가 힘들진 않았다. 올해는 어떻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고, (전략세미나에서 타 파트와) 대화를 나눠보니 비슷한 면이 많았다. 선수들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타격 외에도 주루, 투수, 수비 등 현장에서 제시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롭게 시도한 전략세미나에서 구체적인 전략 실행 방안을 준비해 발표한 이 감독의 역량이 이번 사령탑 선임을 주도한 최 대표와 심 단장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갑작스럽게 감독 해임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빠르게 선임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기억이 사실상 '1차 면접 패스' 효과를 만들어 냈다. 심 단장은 "이날 모든 코치진이 돌아가며 자신이 맡은 파트에 대한 스프링캠프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신임감독이 굉장히 발표를 잘했다. 진취적인 시각을 선보였다. 그때 '아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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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2011년 KIA로 이적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2할7푼1리, 1727안타 329홈런 1127타점.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 KIA에서 은퇴한 이 감독은 소프트뱅크 및 미국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코치 연수를 거쳐 2021년 KIA 퓨처스(2군) 감독을 맡았다. 지도자 생활 4년차 만에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이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KIA의 캠프 진행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이 반환점을 돈 상황이지만 각 파트별 라인업이나 로테이션 등은 여전히 결정이 미뤄진 상태. 이 감독이 코치 신분으로 그동안 훈련지에서 각 파트 코치들과 내용을 공유해온 만큼, 결정 작업은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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