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골프장 '역할론'과 '더 퍼스트 펭귄'

입력
2024.05.04 06:05


역할(役割)이란 말이 있다. 사전적 용어로는 자기가 마땅히 하여야 할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를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의 가치적 판단에서도 평가를 받게 된다. 내게 주어진 위치에서 그 역할을 하려는 것이 바로 인간이 지키려고 노력하는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 역할에 대해 망각하거나 자만해서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와 골프장'이다. 코로나19로 모든 국내 산업과 업종은 심각한 매출하락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골프장만 유독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골프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린피, 카트피, 캐디피, 식음료 등 모든 분야에서 이용료를 올렸다. 많은 골퍼들은 불만을 터트렸고 코로나19 이후에 보자며 분노했다.

그 당시 말을 빌리자면 국내 어느 골프장이 든 간에 잔디만 깔려 있으면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장들도 이미 코로나19가 끝나면 이 호황도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앞의 이익에만 쫒았고 결국 지난해부터 제주도와 지방골프장이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해 골프장은 그 역할을 다 못한 것이다. 골프장은 스포츠 시설이며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팬데믹 기간에는 정치, 사회 분야에서 늘 왜곡해서 말하는 골프는 사치성 오락일 뿐이었다. 힘들고 지쳐 있는 국민에게 가격을 올리지 않고 힐링 공간으로 제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그룹 창시자 이병철 회장은 골프장을 찾는 고객을 위해서 항상 시장보기를 새벽 4시~5시에 나가 식자재를 구하라고 강조했다. 전 오크밸리 이인희 고문은 고객을 위해서 집밥과 같은 건강한 음식을 만들라며 모든 식자재를 골프장 안에서 해결하라고 했다. 센테리움 김태우 부회장은 코로나19가 끝나는 그날까지 절대 그린피를 올리지 말라고 직원들과 언쟁을 높이면서까지 그 약속을 지켰다. 바로 이것이 골프장이 해야 할 역할이다.

지난 5월 1일부터 국내는 엔데믹(Endemic)을 선언하고 정상 생활로 돌아왔다. 무려 4년만이다. 우리는 팬데믹 (pandemic)을 통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았다.

이제 골프장도 각자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마음으로 그동안 이용료가 비싸서 이용을 못했거나 횟수를 줄인 골퍼를 위해서 과하게 받았던 혜택을 이제는 돌려줘야 한다. 직계 가족, 3대 가족이 골프장에 오면 그린피를 비롯해 다양한 이용료에 대한 혜택을 줘야 한다. 레이디스데이를 부활하고, 70대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시니어스데이', '카풀 골퍼' 등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골프장 역할이 요구된다.

남극의 펭귄은 알을 낳기 위해 '얼음 배'를 타고 가다가 차가운 물길에 뛰어든다. 물속엔 범고래나 바다표범 같은 천적들이 도사리고 있기에 먼저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먼저 뛰어드는 펭귄이 있다. 그렇게 먼저 뛰어드는 펭귄을 '더 퍼스트 펭귄'이라고 한다. 그로인해 지금까지 종족이 이어져 올 수 있었다.

골프장들은 이제 위기라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골프장 역할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먼저 희생하고 앞장설 수 있는 '더 퍼스트 펭귄'의 용기가 필요하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중국어 '위기'에서 첫 글자는 위험의 의미이고 둘째는 기회의 의미"라면서 "위기에서는 위험을 경계해야 하지만 기회가 있음을 믿고 있다"고 했다.

위기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며 그 안에 기회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위기를 기회로 잡으려면 국내 골프장들도 이제는 그 역할론에 대해 고민하고 더 퍼스트 펭귄과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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