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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가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간다.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뚫는다.
정부가 규정한 ‘스포츠 4대 악’은 조직 사유화, 입시비리, 승부조작, 편파판정 등 크게 4가지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스포츠 비리 사례집’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스포츠 비리센터에 접수된 비리 가운데 ‘조직 사유화’ 관련 신고가 가장 많았다. 발간일로부터 약 8년이 흘렀지만, 체육계는 여전히 조직 사유화로 멍들고 있다.
조직 사유화는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공통적으로 지적받는 부분이다. 조직 사유화는 4대 악 중 남은 3가지 모두를 가능케 하는 힘을 가진다. 서로 이익을 나눠 먹는 것부터 온갖 비리를 서로 덮어주는 것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비위가 벌어진다. 이런 옳지 않은 힘은 대부분 장기집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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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장이 체육단체의 수장으로서 해낸 공로를 국민들이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장기집권을 탓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회장이라는 책임직에 있는 사람이 내부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문체부의 압박을 받으면서 단체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신뢰도가 하락할 수밖에. 내부 관계자도 믿지 못하는 판국에 국민이 단체장을 신뢰할 방법은 없다.
국민이 이들의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는 체육계 발전이라기보다 사리사욕 채우기로 보인다는 평가 때문이다. 실제 체육회는 지난 5월 연임 제한 폐지 내용을 통과시켰다.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체육회 산하 기구로 신설한 것도 마찬가지다. 스포츠공정위가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현 회장이 선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연임 제한을 폐지하고, 자기 사람으로 채운 산하 기구를 신설해 연임 여부를 판다하다는 것은 권력욕을 유지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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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의 연임 여부도 마찬가지다. 축구계에선 정 회장이 4선에 도전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 회장 역시 각종 불공정 특혜 논란부터 지난해 축구인 사면발표 및 철회, 비상근 임원의 자문료 지급 등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각 단체 내부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체육회 노조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이기흥 회장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할 뿐 조직과 직원들이 어떠한 피해를 입건 상관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람을 지난 8년간 따랐다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 역시 질타를 받고 있다. ‘탄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한축구협회 노조는 “정 회장의 리더십은 이미 파탄 났고 그가 있는 한 한국축구에 희망이 없다는 사실도, 대한축구협회 대의원들이 본인의 역사적 책무를 깨닫고 현명하게 행동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정 회장의 4선을 저지하기 위해선 대의원총회를 통한 탄핵의 길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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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는 새 리더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25년 임기를 끝으로 사임 의사를 밝히며 남긴 말이다. 그는 이렇다 할 반대파 없이 존경과 신망을 받아 연임을 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음에도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돌아봐야 할 대목 아닐까. 국민들은 체육단체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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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