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떻게 해서든 해보고 싶어요.”
한화 이글스는 8일 2025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가장 충격적인 영입 소식을 전했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28) 영입을 위해 4년 총액 78억 원(계약금 34억 원·연봉 총액 32억5000만 원·옵션 11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2015년 신인 1차지명으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엄상백은 올해까지 개인통산 305경기(764.1이닝)에서 45승44패3세이브28홀드, 평균자책점(ERA) 4.82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는 29경기(156.2이닝)에서 13승10패, ERA 4.88을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 규정 이닝도 넘겼다.
마운드 보강을 강력히 원했던 한화는 FA 시장이 개장한 6일부터 발 빠르게 엄상백 측에 연락을 취했다. 첫 만남부터 확실한 카드를 내밀면서 협상이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8일 최종 발표에 이르렀다.
엄상백은 14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선수인 나 자신이 생각해도 정말 좋은 대우를 해주셨다. 처음 금액을 들었을 때부터 나를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 무척 감사했다. 그래서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든다”고 밝혔다.
계약을 마친 뒤 일주일 동안 수많은 축하와 격려 전화를 받았다. 그는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다. 많은 관심과 축하를 보내주신 만큼, 보답하기 위해 내년에는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상백은 자신과 한화 모두가 ‘윈-윈’하기 위해선 투구이닝 부문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수는 무조건 이닝”이라며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팀이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펜투수들의 과부하가 없어야 팀이 1년을 건강하게 치른다. 선발이 이닝을 많이 소화하면 불펜투수들이 일정한 타이밍으로 경기에 나가서 좋은 컨디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올 시즌 150이닝 넘게 던진 것은 본인에게도 큰 의미였다. 그는 “힘들긴 했다. 하지만 올해 내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 몸을 잘 만들어서 새 시즌 준비를 잘하면 ‘또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투구이닝 부문에선 이미 확실한 목표도 세웠다. 엄상백은 “기회만 꾸준하게 주어진다면, 4년 동안 600이닝 이상을 던져보고 싶다.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꼭 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로운 동료들과 만남도 기대했다. 엄상백은 “나에 앞서 FA로 합류한 (채)은성이 형, (안)치홍이 형 등 베테랑 선배들과 잘 지내고 싶다. (최)재훈이 형과도 친해서 잘해주실 것 같다”고 밝혔다.
짧은 휴식을 뒤로 하고 곧 비시즌 개인훈련에 돌입한다. 엄상백은 “비시즌 준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제 곧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겨울 동안 몸을 잘 만들어서 한화 팬들에게 내년에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