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응씨배, 신진서·박정환 등 우승전선 이탈… '맏형' 원성진만 8강 진출

입력
2024.07.03 18:52
원성진 9단(왼쪽)이 리쉬안하오 9단을 상대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초반부터 빠르게 반상을 채우고 있다.(상하이에서 엄민용 선임기자)

'(MHN스포츠 엄민용 선임기자) '형님만 살아남았다.'

3일 중구 상하이 응씨빌딩에서 열린 제10회 응씨배 16강전에서 한국선수단이 최악의 성적표를 남겼다. 세계랭킹 1의 신진서 9단을 비롯해 박정환·신민준·원성진 9단과 김진휘 7단 등 5명이 우승 도전에 나섰으나 원 9단만 8강 진출에 성공하며 우승 행보를 이어갔을 뿐 다른 4명은 걸음을 멈췄다.

이날 대국 전 돌 가리기부터 불운의 기운이 감돌았다. 중국룰은 덤이 7집반으로 AI(인공지능)가 첫 수 형세판단에서 백의 6:4 승리를 점칠 정도로 백돌을 잡은 선수가 유리하다. 하지만 이날 흑과 백을 정하는 돌 가리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박정환 9단 외에 모두 흑돌을 쥐게 됐다. 흑으로서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16강전 대국장 전경(상하이에서 엄민용 선임기자)

신진서 9단은 중국의 젊은 강자 왕싱하오 9단의 철벽 방어를 뚫는 데 실패했고, 신민준 9단도 커제 9단의 노련함을 극복하지 못했다. 박정환 9단 역시 쉬자양 9단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며 패배의 아픔을 겪었다. 이날 패배 중 가장 아쉬운 승부는 김진휘 7단의 일전이었다. 이 대회에 첫 출전한 김 7단은 대회 다크호스답게 과감한 작전을 펼치며 중반 무렵까지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종반 들어 승부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한 번의 판단 착오로 역전을 허용했다.응씨배 16강전이 열린 응씨빌딩.(상하이에서 엄민용 선임기자)

결국 한국 바둑의 체면을 살린 것은 '맏형' 원성진 9단이었다. 이번 대회 본선 진출자 가운데 최고령자(1985년생)인 원 9단은 리쉬안하오 9단을 상대로 초반부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인 끝에 상대의 대마를 사냥하며 이날 한국선수단에 유일한 승리를 안겼다. 자신이 왜 '원 펀치'로 불리는지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늙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맏형으로서 아우들의 아픔을 조금은 씻어내며 한국 바둑의 체면을 살린 승리이기도 했다. 4일 같은 장소에서 8강전을 치르는 원 9단의 상대는 김진휘 7단에게 역전승을 거둔 중국의 셰커 9단이다.

원성진 9단은 대국 후 가진 인터뷰에서 "신진서 등 한국 강자들이 모두 탈락해 아쉽다. 하지만 본선 8강 진출자라면 누구나 우승후보"라며 "상대가 누구든 두렵지 않고 내 바둑을 두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한편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출범해 이후 4년마다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의 우승 상금은 40만 달러(약 5억6000만 원)다.

사진=상하이에서 엄민용 선임기자<저작권자 Copyright ⓒ MHNsports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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