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32·마인츠)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커리어를 통틀어도 기복이 거의 없다. K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선 전북 현대 시절부터 홀슈타인 킬~마인츠(이상 독일)를 거친 프로 11년간 언제나 팀을 우선시하는 이타적 플레이를 했다. 호쾌한 골과 화려한 드리블로 주목받기보다는 왕성한 활동량과영리한 움직임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태는 감초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이재성의 최근 모습은 주인공에 가깝다. 15일(한국시간) 메바 아레나에서 끝난 바이에른 뮌헨과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14라운드 홈경기에서 멀티골을 터트렸다. 이재성의 맹활약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둔 마인츠는 올 시즌 리그 무패(10승3무)를 이어가던 바이에른 뮌헨에 첫 패배를 안겼다.
분데스리가 ‘1강’을 침몰시킨 2골의 의미는 남달랐다. 독일 현지에서도 이재성의 활약에 주목했다. 17일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14라운드 ‘이주의 팀’ 베스트11을 발표하며 이재성을 왼쪽 공격수 부문에 포함했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와 빌트도 이재성을 ‘이주의 팀’에 넣었다.
특히 키커는 이재성을 ‘이주의 선수’로 뽑으며 “커리어 정점에 다다른 모습이다. 바이에른 뮌헨전 수비에서 강한 압박을 펼쳤을 뿐 아니라, 공격에서 창의적 패스와 골문 앞 기술도 빛났다”고 극찬했다.
이재성의 발끝은 어느 때보다 매섭다. 10라운드 도르트문트전~11라운드 홀슈타인 킬전에선 연속골을 뽑은 데 이어 12라운드 호펜하임전~13라운드 볼프스부르크전에선 잇달아 도움 1개씩을 올렸다. 바이에른 뮌헨전까지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그는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4경기에서 5골·3도움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빼어난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을 뽐낸다. 올해 치른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과 최종예선 10경기에서 3골·3도움을 적립했다. 특히 10월 요르단~이라크와 최종예선 B조 2연전에선 연이어 결승골을 터트리며 2-0, 3-2 승리에 앞장섰다. ‘늘 푸른 소나무’에서 ‘게임 체인저’로 진화한 이재성의 발전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