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피츠버그 지역 유력 매체인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의 구단 담당기자 제이슨 매키는 스프링트레이닝 시작 당시까지만 해도 배지환(26·피츠버그)의 개막 로스터 승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매키는 배지환을 '쿼드A' 플레이어로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른바 AAAA 선수인데,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 사이에 있는 애매한 선수를 의미한다. 트리플A에서는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는 선수인데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는 유형의 선수다. 주로 메이저리그 팀의 결원이 생길 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마이너리그 옵션을 다 소진하면 방출로 가는 운명이다. 구단마다 꼭 그런 선수가 있다.
사실 이런 분석이 꼭 틀린 것은 아니었다. 배지환의 선수 경력을 돌아보면 실제 그런 선수였기 때문이다. 트리플A 성적은 좋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하게 자기 자리를 잡기는 못한 백업 선수였다. 팀 사정에 따라, 선수의 성적에 따라 두 무대를 오가기 일쑤였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피츠버그와 계약한 배지환은 각고의 노력 끝에 2022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으나 세 시즌 동안 150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오히려 트리플A 출전 경기 수가 더 많았다.
2022년 메이저리그 데뷔의 영예를 안은 배지환은 2023년 한 번 우선권을 얻은 적이 있었다. 빠른 발을 가진 배지환은 피츠버그에는 없는 유형의 선수였고, 구단도 기회를 줬다. 하지만 111경기에서 타율 0.231, 출루율 0.296, 2홈런, 32타점, 2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07에 머물면서 주전 2루수로 자리 잡는 데는 실패했다. 그 사이 다른 유망주들이 치고 올라왔고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29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그것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타율은 0.189까지 떨어졌다. 배지환의 개막 로스터 승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배지환이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을 물리치고 당당히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합류했다. 배지환은 27일(한국시간) 구단이 발표한 26인 현역 로스터에 포함됐다. 피츠버그는 28일 오전 5시 10분부터 마이애미 원정으로 2025년 정규시즌 일정을 시작한다.
피츠버그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인 제러드 존스가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가운데 폴 스킨스, 미치 켈러, 베일리 폴터, 앤드루 히니, 카멘 멀진스키의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불펜은 마무리 데이비드 베드나를 비롯, 콜린 홀더맨, 데니스 산타나, 저스틴 로렌스, 라이언 보루키, 케일럽 퍼거슨, 팀 메이자, 조이 웬츠까지 총 8명으로 구성을 마쳤다.
포수는 조이 바트, 엔디 로드리게스로 2명이다. 내야수는 아담 프레이저, 닉 곤살레스, 아이재이자 카이너-팔레파, 키브라이언 헤이스, 제러드 트리올로까지 5명이다. 외야수는 앤드루 매커친, 브라이언 레이놀즈, 오닐 크루스, 잭 스윈스키, 배지환, 그리고 토미 팜까지 6명이다. 내야수가 적은 것 같지만 배지환이 2루와 외야수를 겸업할 수 있기에 여러 방면에서 활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피츠버그의 개막 로스터 한 자리는 배지환과 잭 스윈스키의 경쟁 구도로 여겨졌다. 나머지 선수들은 나름대로 자기 입지가 있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다. 스윈스키는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경력이 있는 거포 스타일이다. 반대로 배지환은 빠른 발과 수비 활용성을 앞세웠다. 두 선수 모두 타율이나 출루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시범경기 성적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끝까지 경쟁이 이어진 이유였다.
하지만 피츠버그 코칭스태프는 예상을 깨고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두 선수를 모두 승선시키기로 결정했다. 대신 내야수로 개막 로스터 진입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1루수 겸 외야수 DJ 스튜어트를 마이너리그로 보내며 로스터 정리를 끝냈다. 배지환으로서는 결국 시범경기에서의 좋은 성적이 개막 로스터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결국 매키 기자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매키는 27일 스윈스키와 배지환이 올해 팀 공격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칼럼에서 시범경기 성적은 물론 타석에서의 모습이 달라진 두 선수가 상당한 다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 배지환에 대해서는 "스프링트레이닝 20경기에서 타율 0.381에 OPS 1.017을 기록할 때까지 나는 배지환을 쿼드A 선수로 분류했었다"고 배지환을 인정했다.
다만 개막 로스터 승선이 모든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만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마이너리그에서 치고 올라오는 유망주들은 많다. 지난해 수준의 공격 성적이라면 아무리 발이 빠르고 수비 활용성이 있다고 해도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배지환으로서는 시범경기에서의 좋은 타격 흐름을 이어 가야 한다. 피츠버그는 우완 선발시 배지환에게도 주전 기회를 주는 경향이 있었고, 어느 정도의 출루율만 유지된다면 빠른 발도 빛을 발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간다면 배지환의 경력에도 큰 제동이 걸린다. 언제까지 유망주는 아닌 만큼 피츠버그도 배지환을 서서히 포기하고 정리하는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 지난 3년은 면죄부가 있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배지환 경력 최대의 분수령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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