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탬파베이는 도박을 하는 팀이 아닌데"
미국 'ESPN'의 제프 파산과 'MLB.com' 등 현지 복수 언론은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각) 김하성이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2900만 달러(약 419억원)의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야말로 '깜짝' 소식이었다. 지난 시즌 막바지 어깨 부상으로 인해 수술대에 올랐지만,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직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시작으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등과 연결고리가 생겼지만, 탬파베이가 함께 언급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했던 까닭이다. 그마저도 구체적인 정보가 인용된 것이 아닌 'MLB.com'의 주장이었다.
그만큼 김하성의 탬파베이 입단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행보였다.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그만한 성의를 보였다. 김하성은 올해 탬파베이로부터 1300만 달러(약 188억원)의 급여를 받는다. 그리고 올해 타석수에 따른 200만 달러(약 29억원)의 인센티브가 포함돼 있으며,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옵트아웃을 통해 새로운 계약과 행선지를 찾아 떠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하성이 만약 옵트아웃을 하지 않는다면, 2026시즌은 탬파베이로부터 1600만 달러(약 231억원)의 급여를 받는다. 2024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1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이 전망됐던 만큼 김하성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지만, 탬파베이는 김하성에게 구단 사상 역대 5위에 해당되는 규모의 계약을 안겼고, 이로써 김하성은 단숨에 탬파베이 구단 연봉킹으로 올라섰다.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몰 마켓' 구단인데, 김하성을 영입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단 탬파베이는 '천재 유격수' 완더 프랑코가 미성년자 성범죄에 연루돼 사실상 현역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카슨 윌리엄스라는 또다른 유격수 유망주가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막바지 트리플A에서 4경기를 소화한 만큼 빅리그 무대를 밟을 때까진 최소 반년에서 1년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보더라도 김하성의 영입은 다소 의외라고 볼 수밖에 없다. '스몰마켓' 탬파베이는 지난해 11월 허리케인으로 인해 홈구장인 트로피카나필드가 파손돼 임시 구장에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지금 당장 전력을 보강하는 것보다는 숨을 고를 타이밍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현재의 전력으로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보기도 애매하고, 지난해 어깨 수술을 받은 김하성이 그라운드로 복귀했을 때 원래의 폼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탬파베이가 김하성을 영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저리그 야구 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는 "글쎄, 이런 일이 올 줄은 몰랐다"며 김하성과 탬파베이의 계약에 놀라며 "이전에 김하성이 어디로 갈 지에 대한 글을 쓰면서 탬파베이와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돈을 쓸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이건 내 잘못이지만, 의문이기도 하다"고 탬파베이가 김하성을 품은 이유를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팬그래프'는 "탬파베이는 거액의 계약을 통해 도박을 하는 팀이 아니다. 탬파베이는 김하성이 돌아와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김하성이 지난 3시즌 동안 보여준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탬파베이는 큰 횡재를 할 것이다. 물론 김하성이 예전의 폼을 찾지 못한다면 탬파베이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의 행보는 탬파베이의 특성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흥미진진하다. 김하성은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조금은 부진해도 탬파베이 전력에 상당한 업그레이드를 제공할 것이다. 김하성의 어깨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하성 입장에선 결코 나쁠 것이 없는 계약임은 분명하다. 어깨 수술로 인해 가치가 떨어진 것은 올 시즌 복귀해 건강함을 증명한다면, 언제든 다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전력이 약한 탬파베이에선 김하성의 능력이 더욱 돋보일 수 있다. 올해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는 김하성이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