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공개되는 '야자타임' 협상의 진실! 전진선이 들려주는 한국전력 합류 비하인드

입력
2024.04.22 10:30
수정
2024.04.22 10:38


한국전력에 새 둥지를 튼 전진선이 유쾌한 팀 합류 비하인드를 최초 공개했다.

한국전력과 삼성화재가 19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국전력은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몬과 2024-25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삼성화재에 내줬고, 대신 미들블로커 전진선과 2024-25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얻었다.

트레이드의 핵심 퍼즐로 한국전력의 유니폼을 입게 된 전진선은 지난 2023-24시즌 도중 성사됐던 삼성화재와 OK금융그룹의 1:1 트레이드에 이어 두 번째 트레이드를 경험하게 됐다. 이적의 의미는 선수들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선수들에게 트레이드는 발전의 계기가 되곤 한다.

21일 <더스파이크>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전진선 역시 그런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선수였다. 그는 “지난 시즌 도중의 트레이드 때도 그저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선수이기에 트레이드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다를 게 없다. 좋게 생각하고 있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배구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뜻깊다”며 씩씩하게 이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새로운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지난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사실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수많은 결과들을 받아들었지만, 큰 아쉬움을 느낀 적은 없다”고 운을 뗀 전진선은 “그런데 지난 시즌은 좀 달랐다.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그 감정을 아내에게 설명하자 아내가 ‘그게 아쉬움인 것 같다’고 이야기해줬다”며 처음으로 큰 아쉬움을 느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전진선은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처음 느껴본 게,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력에서는 지난 시즌이 끝날 때 느낀 아쉬움을 다시 느끼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새로운 팀에서는 아쉬움을 동력으로 승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전진선과 본격적으로 한국전력 합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먼저 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묻자, 전진선은 의미심장하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건 정말 최초 공개하는 에피소드다. 웃기는 비하인드가 있다”고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는 “FA 자격을 얻었을 때, 삼성화재와 1차 면담을 마칠 때까지 아무 팀에서도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재계약을 하게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재계약을 염두에 두던 전진선이 퇴근을 하던 어느 날, 전화가 왔다. 그것도 모르는 번호였다. 그가 전화를 받자, 전화 너머의 사람은 “(전)진선아, 나 한국전력 감독이다”라고 말했다. 당황한 전진선이 “예?”라고 반문하자, 전화 너머에서는 또 한 번 “어, 나 한국전력 감독이라고”라는 말이 되돌아왔다고 한다.

“워낙 뜬금없는 전화였다 보니, 목소리의 주인공이 한국전력에 있는 친구 (정)성환이라고 생각했다”는 전진선은 “야, 장난치지 마. 죽을래?”라며 면박을 줬다. 그러나 전화 너머의 인물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권영민 감독은 “나 권영민이라고”를 외치며 자신의 신분을 증명했고, 진짜 권 감독의 전화임을 알게 된 전진선은 빛의 속도로 태세 전환에 나섰다. 그는 정중하게 사과를 전한 뒤 권 감독과 대화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아마 프로스포츠 역사상 가장 강렬한 이적 협상의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다”며 폭소를 터뜨린 전진선은 “이후 감독님께서 네가 필요하다고, 팀에 합류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다. 그런 연락을 직접 주신 자체가 감사했고, 이후에 계약 조건도 잘 맞춰주셨다”며 권 감독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렇게 화끈한 대화를 거쳐 한국전력에 합류하게 된 전진선은 함께 뛰게 된 동료들에 대한 기대감도 표했다. 원래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로는 이태호와 정성환을 꼽은 전진선은 “(이)태호는 상무 시절에 1년 6개월 동안 룸메이트로 동고동락한 사이다. 성환이는 중학교 때부터 함께 배구를 한 친구다. 둘 다 이적 소문을 듣고 나서는 연락이 왔다. 태호는 ‘형 혹시 저랑 트레이드 되는 거 아니에요?’라면서 김칫국을 마시더라. 그래서 ‘너겠냐?’라고 쏘아붙였다. 성환이는 나한테 왜 오냐고 툴툴댔다”며 두 선수와의 ‘찐친 바이브’를 풍겼다.



두 친구 말고도 전진선이 한국전력에서 만남을 기대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신영석이다. 전진선은 “한국전력을 적으로 상대할 때마다 (신)영석이 형이 까다로웠다. 맨투맨을 붙어도, 견제를 안 해도 결국은 영석이 형에게 휘둘리는 경기를 했다”며 적으로 만났던 신영석이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였음을 먼저 언급했다.

전진선은 그랬던 신영석과 한 팀이 된 것에 대해 “나에게는 영광이고 뜻깊은 일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들블로커 아닌가. 함께 호흡을 맞출 기회가 평생 없을 수도 있었는데, 나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며 기쁜 마음을 표했다. 또한 전진선은 “마침 돌아오는 시즌에는 서브를 강서브와 플로터를 섞는 하이브리드로 구사해볼 생각이었다. 영석이 형에게 강서브에 대한 조언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서브에서도 신영석의 도움을 받아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이제 곧 결혼식을 올린다. 또 올해(2024년)가 삼재 마지막이고, 아홉수다. 여기에 팀까지 옮겼다. 여러모로 뭐가 참 많다”며 너스레를 떤 전진선은 “하지만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늘 그랬듯, 그저 열심히 준비해서 멋진 시즌을 치르고 싶은 마음이다. 말보다도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드릴 것”이라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끝으로 전진선은 “수원 실내체육관은 삼성화재와 OK금융그룹 시절 가장 많이 가본 원정 경기장이다. 그 곳에서 봤던 한국전력 팬분들의 엄청난 응원이 생생히 기억난다. 이제 그 응원이 나에게도 보내졌으면 한다. 다가올 컵대회와 시즌에서 팬 여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팬들에게 씩씩한 인사를 건넸다. 시작부터 끝까지, 유쾌하고 당찬 그의 매력이 넘쳐흘렀던 전진선과의 인터뷰였다.

사진_한국전력 SNS, KOVO
스포키톡 새로고침
로그인 후 스포키톡을 남길 수 있어요!
첫 번째 스포키톡을 남겨주세요.
실시간 인기 키워드
  • 수원FC 강원
  • 김하성 3점 홈런
  • KBO 우천 취소
  • 이정후 1안타
  • 황희찬 12호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