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는 조기 경질+한국은 클린스만…카타르 16강 쾌거, 먼지처럼 사라졌다

입력
2025.03.27 18:22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에도,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도 손실로 남은 결별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월드컵 원정 대회 두 번째 16강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후 몸 담았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됐다.

취임한지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아직 월드컵 본선에 갈 기회가 적지 않게 남았고, 실제 다른 팀들의 전력을 보면 분명히 기회가 있음에도 UAE는 벤투 경질을 선택했다.

UAE축구협회는 지난 26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협회는 국가대표팀 기술진을 해고했다"고 짤막하게 발표했다.

벤투 감독과 휘하의 코칭스태프를 모두 내보내겠다는 뜻이었다.

이후 UAE 언론도 벤투 감독의 경질을 알렸다. 중동권 영자 일간지 칼리지 타임스도 협회가 벤투 감독을 포함한 '벤투 사단'을 경질했다고 보도했다. UAE 복수 언론에 따르면 UAE 축구팬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이른바 '벤투 고집'이 파국을 부른 모양새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23년 7월 UAE 대표팀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카타르 아시안컵에 나섰다. 이번 2026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참가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기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중립지역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북중미 강호로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에 올랐던 코스타리카를 4-1로 대파, 엄청난 반향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카타르 아시안컵부터 그의 리더십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토너먼트에 올랐으나 16강에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예상 외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2026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도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컵 우승팀 카타르를 홈에서 5-0으로 대파하는 등 두 번 모두 이긴 것은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같은 조 최강 이란에 두 번 모두 졌고 특히 지난 21일 테헤란 원정 경기에선 브라질에서 귀화한 선수 7명을 집어넣고도 힘 한 번 쓰지 못하며 0-2로 완패했다. 26일엔 북한과의 사우디아라비아 중립지역 경기에서 2-1로 이겼으나 후반 추가시간인 53분에 극적인 버저비터 골이 들어가 간신히 승리한 경우였다. 북한은 이번 3차예선에서 2무 6패로 탈락이 확정된 최약체다.

결국 UAE는 아시아 3차예선 A조에서 4승 1무 3패(승점 13)를 기록하고 3위에 자리잡았다. 이미 같은 조 이란이 승점 20으로 본선행을 확정지었으며 우즈베키스탄이 승점 17을 챙겨 본선행에 가깝게 다가섰다.

사실 UAE가 6월5일 우즈베키스탄과 홈에서 맞대결을 하기 때문에 이 경기를 이기면 각 조 1~2위에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행을 이란과 함께 이룰 가능성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UAE축구협회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3차예선 각 조 3~4위는 4차예선에 진출해 총 2.5장의 본선 티켓을 다툰다. UAE축구협회는 일찌감치 4차예선에 대비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 경질이 신호탄이다.

UAE는 지난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 한 차례 본선 진출한 것이 유일하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기 위한 승부수로 한국에서 4년 3개월 재직하며 깊은 인상 남긴 벤투 감독과 휘하 사단을 전부 데려왔으나 벤투 감독은 능력을 펼쳐보이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다시 야인의 길로 접어들어 새 직장을 알아보게 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벤투 감독의 이번 경질을 두고 "깜짝 놀랐다"고 할 만큼 다소 의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UAE 부임 초기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중동 국가들끼리 치르는 국제대회인 걸프컵 예선탈락을 포함해 국제대회 성적이 너무 부진했고 결정적으로 내용 면에서 개선이 없었다. 북한과 3차예선 첫 맞대결에서 비긴 것도 치명타였다. 잘려도 크게 할 말 없는 상태였다는 뜻이다.

벤투 감독의 경질은 한국 축구 입장에서도 아쉽기만 하다.

한국은 '벤투 고집'을 끝까지 존중,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던 '후방 빌드업' 축구를 완성하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2019년 아시안컵 충격의 8강 탈락도 있었고, 일본과의 친선전 0-3 참패도 있었지만 월드컵을 위한 그의 집념을 존중했다.

그리고 벤투 감독은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가나를 상대로 점유율을 앞서고 주도권을 쥐는 축구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16강행을 일궈냈다.

월드컵 성공 뒤 벤투 감독 재계약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대한축구협회와 벤투 감독은 월드컵 전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상태였다. 한국 입장에선 월드컵 본선 티켓이 2026년부터 48장으로 늘어나서 본선행이 보다 용이하다보니 국내 감독도 충분히 예선을 통과하고,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처럼 본선도 국내 감독으로 맡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벤투 감독 역시 카타르 월드컵이 가까울수록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아쉬움이 컸고, 자신도 새 길을 찾으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나타난 과정은 축구팬들이 아는 대로다. 태극전사들과 여론이 외국인 감독을 원하면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부터 독일인 마이클 뮐러가 왔고, 이미 감독계에서 논란이 큰 위르겐 클린스만이 새 지휘봉을 잡았다. 벤투 감독은 금세 좋은 곳으로 갈 것처럼 보였으나 폴란드 대표팀 부임설, 프리미어리그 구단 이적설 등을 뒤로하고 UAE에 갔다.

벤투는 UAE에서 월드컵에 가보지도 못하고 이번에 경질됐다. 한국 축구도 '재택 근무' 논란에 아시안컵 요르단전 참패로 클린스만 감독을 자르고 홍명보 감독이 왔지만 지금의 현실은 내년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당하는' 상황 정도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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