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망신 잔디' 문체부X프로축구연맹,K리그 27곳 잔디 전수조사...체육기금 지원[오피셜]

입력
2025.03.27 07:59
수정
2025.03.28 10:53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뜨거운 논란에 휩싸인 축구장 잔디 관리 문제 해결을 위해 K리그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 총 27곳 잔디 상태를 전수조사한다.

대한민국 축구장 잔디 이슈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포츠 선진국은 선수만 뛰어나서 될 일이 아니다. '빅리그'를 호령하는 포지션별 '월클' 에이스가 나올 만큼 선수와 기술 수준은 성장했는데 제반 환경은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던 2017년 A대표팀 캡틴 시절부터 K리그1 FC서울로 돌아온 이후 최근까지 줄기차게 잔디 문제를 지적해왔다. 지난해 중동 원정에서 연승을 거둔 후엔 '캡틴' 손흥민이 "오만 잔디 상태가 우리보다 좋다"는 말로 또 한번 현실을 자각시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임생 전 KFA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를 선언한 후 울먹이며 의원들을 향해 "선수들과 한국 축구를 위한 잔디 개선"을 요청했지만 경기력 및 부상방지를 위해 가장 중요했던 시점의 이 요청은 대한축구협회 논란에 묻혀 '잔디열사'식으로 희화화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문체위의 관광체육국 행정감사에서도 '잔디' 이슈는 여야 막론 뜨거운 화두였다. 김기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손흥민 선수가 오만보다 못하다고 한 잔디 문제"를 집중질의한 후 잔디 구장을 실내 수납하는 스마트팜 방식으로 잔디 손상 없이 축구장을 공연장으로 바꿀 수 있는 스페인 베르나베우 가변식 잔디,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일본 삿포로스타디움의 사례 등 대안도 제시했다. 김형재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2021년부터 작년까지 잔디 민원만 134건이다. 10월 15일 이라크전 장소를 용인 미르스타디움으로 옮겼다. 수도 서울의 망신이고 대한민국의 망신"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11억원 예산을 올해 33억원으로 증액했지만 올해 초 이른 리그 개막과 이상 한파로 인한 잔디 상태에 대한 불만과 논란은 계속됐다. 3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도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비판이 불거졌다. 김동욱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3월 3일 K리그 FC서울-김천상무 3라운드 경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는데 경기장에서 축구가 아닌 모내기가 펼쳐졌다"고 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홈으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축구 국가대표팀은 홈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FC서울 선수들도 잔디 상태 때문에 홈 이점을 누리지 못한 채 오히려 부상 걱정으로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원정 오는 팀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잔디 상태가 최악 수준이다. 국제대회 수준에 못 미쳐 반년째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국가대표 A매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창피하고 참담하다"고 했다.

올 시즌 K리그 각 구장에서 매경기 팬과 미디어는 '잔디상태' 체크에 바빴고, 전북 현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잔디 지적'으로 인해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중립지역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시드니전을 치르게 되면서 또 한번 이미지를 구겼다.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확실한 건 선수들이 좋은 퀄리티, 좋은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잔디 상태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루과이에서 뛰던 어린 시절엔 잔디 문제가 많았지만 이후 유럽에선 그런 적이 없었다. 덕분에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홍명보호의 3월 안방 A매치 2연전, 잔디가 경기를 지배했다. 오만전에서 패스줄기가 뚝뚝 끊기는 와중에 백승호, 이강인이 줄부상하고, 요르단전에서 또다시 무승부를 거둔 후 '왜 한국은 홈보다 원정에 강한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중동 원정에서 3승1무로 승승장구하면서 홈에서 1승3무에 그친 데 대해 선수들의 작심발언이 이어졌다. 손흥민, 이재성 등 고참들이 "원정보다 못한 환경"을 다시 한번 지적했다. 이재성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잔디 환경을 이야기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 핑계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많은 부분이 경기력에 지장이 간다"고 했다. "좋은 환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항상 갈망이 있고, 또 그런 부분이 좀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K리그로 복귀하는 데 있어 (잔디문제로) 망설여질 것 같다. 환경문제는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로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캡틴 손흥민도 요르단전 후 할 말을 했다. "경기는 우리가 뛰지만 결국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다. 이런 말을 또 해서 그렇지만, 우리가 홈에서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컨디션과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개선조차 안되는 게 속상하다. 선수들의 마음을 대신 말하는 것도 이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들을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신경을 더 많이 써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더 잘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우리 발목을 잡으면 대체 어떻게 해야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분들에게 핑계로 들릴 수 있겠지만, 축구선수들은 작은 디테일로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부분들 하나하나가 우리에겐 너무나 중요하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보셨을 것이다.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신들의 플레이를 다 펼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속상하게 느껴진다. '바뀌겠지, 바뀌겠지'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설영우 등 대다수 선수들도 "잔디 때문에 뛰면서도 부상이 두려웠다"는 속내를 전했다.



뜨거운 논란 속에 문체부가 27일 K리그 경기장 잔디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문체부와 연맹은 연맹 내 잔디관리 전담부서를 신설해 일본 등 선진사례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4월부터 K리그 경기장을 전수조사해 상반기 중 잔디 상태 문제점과 원인을 분석하고, 경기장별 맞춤형 개선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기장의 특성과 기후 조건 등을 고려해 노후화된 잔디 교체와 인조 잔디 품질 개선, 열선 및 배수시설 관리 등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장기적인 잔디 유지·관리 지침 마련과 현장 점검 강화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또한 문체부는 올해부터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지자체와 함께 축구장 잔디 교체 등 경기장 개선을 적극 지원하고, 추후 전수조사 대상 경기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선수들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부상 방지, 팬들의 관람 만족도 등 경기의 전체적인 품질과도 직결된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도출하고, 연맹과 구단, 경기장 운영 주체 등과의 협력·소통을 강화해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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