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포투=박진우]
오아시스 같았던 '핵심' 이강인이 쓰러졌다. 그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선수는 이동경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7차전에서 오만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4승 3무(승점 15)로 조 1위를 지켰지만, 본선 조기 진출 확정에는 빨간불이 걸렸다.
김민재의 예기치 못한 이탈, 황인범의 부상 여파 등 변수가 많았다. 홍명보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가져갔다.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한국은 주민규, 손흥민, 이재성, 황희찬으로 공격을 구성했다. 중원은 박용우와 백승호가 담당했다. 이태석, 권경원, 조유민, 설영우가 포백에 배치됐고,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홍명보 감독은 부상 여파가 있는 황인범을 관리 차원에서 제외했고, 그 빈 자리를 백승호로 채웠다. 아울러 '에이스' 이강인을 벤치에 앉히고, 손흥민-주민규-이재성-황희찬으로 공격진을 꾸렸다. 결과적으로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오판이었다.

이강인이 빠진 상황, 한국은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다. 황인범의 대체자 역할을 했던 백승호는 박용우와 함께 3선 깊숙한 위치에 자리했다. 중원과 공격 사이를 연결해줄 수 있는 역할을 이행할 선수가 없었다. 한국은 공격 전개 자체에 애를 먹었다. 그마저도 전반 36분 백승호가 햄스트링을 부여 잡았고, 결국 경기를 소화할 수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른 시간에 백승호를 빼고, 이강인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교체를 가져갔다. '이강인 효과'는 투입 직후 빛을 봤다. 전반 41분 박스 바깥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전방으로 쇄도하는 황희찬을 향해 감각적인 왼발 스루 패스를 연결했다. 황희찬이 환상적인 퍼스트 터치로 공을 잡았고, 침착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1-0 리드를 잡았다.
'이강인 효과'는 계속됐다. 이강인은 2선과 3선을 자유롭게 오가며 한국의 빌드업 전반을 담당했다.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줄 선수가 있으니, 공격진들은 수비 사이에서 침투 움직임을 가져갔고, 이는 상대 수비에 혼란을 야기했다. 이강인이 투입됨으로써 분위기 자체가 바뀐 것. 그러나 후반 35분 실점과 함께 이강인이 쓰러졌고, 코칭스태프 등에 업혀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이후 빈공을 이어가던 한국은 결국 아쉬운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교훈은 있었다. 한국에는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이강인의 존재가 절실하다는 것. 이강인 투입 전과 후, 부상 교체 후 180도 달라진 경기력이 이를 대변한다. 물론 오는 8차전 황인범이 돌아와 창의성을 불어 넣을 수 있지만, 이강인과 같은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은 아니다. 손흥민-이재성-황희찬으로 이어지는 2선은 이강인이 투입되기 전까지,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그렇기에 한국에는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하고, 그렇기에 K리그1을 호령하고 있는 이동경이 필요하다. 이동경은 이번 시즌 김천 상무의 '핵심 중에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2선 전역을 거닐며 날카로운 왼발을 활용한 패스와 드리블 돌파, 중거리 슈팅을 과시한다. 이동경은 리그 5경기가 진행된 현재, 2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K리그1 공격진 중 가장 경기력이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 또한 울산 HD 사령탑 시절, 이동경을 지도한 바 있어 활용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차전 요르단전에서는 승리가 필요한 상황, 홍명보 감독이 이동경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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