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달 공식 출간한 자서전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의 내용이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달 26일 발간된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을 통해 축구계에 약 30년간 몸 담으며 느꼈던 본인의 서사를 대중에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누군가 내 임기 도중 이뤄낸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된다.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고 자평했다.
정 회장은 해당 에세이는 본인이 축구를 사랑하며 자란 어린 시절부터 현대자동차에 입사 후 사회 생활과 함께 이어간 축구에 대한 애정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 HDC의 회장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그리고 현재 축구협회장 역임을 통해 경영인과 축구인으로서의 인생을 저술했다고 덧붙였다.
목차는 크게 1부, 2부, 3부로 구성되어있으며 K리그 구단주로 활동하기 시작한 1994년 무렵부터 현재까지의 축구사를 빼곡하게 담아냈다.
이 책을 통해 정 회장은 크게 세 가지 에피소드로 재조명받았다. 특히 지난 해 3월 축구협회가 승부조작 축구인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얻어맞고 철회한 사건이었다.
지난 2011년 5월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 선수 두 명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 윤기원이 차 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본격적으로 사건이 대두됐다. 수사 결과 자그마치 48명이나 되는 선수 및 브로커가 해당 사건에 엮여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연루된 선수들에게 모두 자격박탈 조치를 내렸다.
더 큰 문제는 그 뒤였다. 축구협회는 지난 2023년 3월 28일 승부조작 범죄자 48명을 포함한 비위 행위자 100명을 기습적으로 사면 발표한 것이다. 이후 정 회장이 직접 공식석상에서 고개를 숙이고 철회의 뜻을 밝히며 일단락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 당시의 일을 다시 언급하며 "협회의 사면 결정에 대해 팬과 언론이 강하게 반대했다. 반대의 강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셌다"며 "용서하지 못하는 자는 사랑도 못한다"고 반대 의견을 되려 저격했다.
지난 2월 아시안컵 성적 부진과 근태 불성실 논란으로 인해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 대해서도 옹호하는 의견을 적어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며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타고난 자유주의자이자 민주주의형에 가까운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또 "옆의 선수가 내 모자라는 점, 내 실수를 막아줄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팬들은 아시안컵에서 벌어진 대표팀 내 갈등에 대해 젊은 선수가 선배들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고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을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을 탓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축구 유튜버들에 대한 비판 의견을 적기도 했다. 저서를 통해 그는 "최근 자극적인 정보로 수십만 유튜버들이 선동하고 있다"며 "세상의 모든 일을 한 점의 티 없이 살아가야 한다거나, 축구협회가 한 점의 티 없이 운영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축구를 파괴할 수 있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저격했다.
이어 정 회장은 "경기인 출신이 아닌 해외 축구에 박식한 마니아 출신 저널리스트들이 주로 축구 해설을 한다. 그러다보니 감독의 시각과 관점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을 내놓았다.
해당 저서에 대한 여론은 대부분 크게 부정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을 위해 쓰여진 저서가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책을 읽어본 한 팬은 "도대체 무슨 판타지 소설을 썼느냐"며 강한 염증을 토로했고, 또 다른 팬은 "양궁협회 정의선 회장도 안 쓰는 책을 정몽규는 뭐하러 썼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2021년 단독 입후보로 3선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1월까지다.
사진= 연합뉴스, 브레인스토어, MHN스포츠 DB<저작권자 Copyright ⓒ MHNsports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