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프로 데뷔전부터 122구나 소화하면서 지칠 법도 했지만,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마음만 갖고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 신인 투수 정현우의 이야기다.
정현우는 26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피안타 7사사구 4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팀의 17-10 승리에 기여했다. 데뷔 첫 승리까지 수확하면서 KBO리그 역대 12번째 고졸 신인(당해연도 기준) 데뷔전 선발승을 기록했다.
이날 정현우의 투구수는 122개로, 구종별로는 직구(65개)가 가장 많았다. 슬라이더(37개), 커브(10개), 포크볼(10개)이 그 뒤를 이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7km/h를 나타냈다. 정현우의 122구는 고졸 신인 데뷔전 최다 투구수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정현우는 경기 초반만 해도 어려움을 겪었다. 1회말 1사에서 패트릭 위즈덤에게 2루타를 내줬고, 폭투로 3루 진루까지 내줬다. 1사 3루에서 나성범에게 1루수 땅볼을 끌어냈지만, 3루주자 위즈덤의 득점을 막진 못했다. 여기에 후속타자 최형우의 2루타와 김선빈의 볼넷 이후 2사 1·2루에서 이우성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정현우는 2회말에도 고전했다. 선두타자 김태군의 땅볼 때 3루수 여동욱이 송구 실책을 범했다. 윤도현의 3루수 땅볼, 최원준의 1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 2개를 늘린 정현우는 위즈덤, 나성범의 볼넷 이후 2사 만루에서 최형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그나마 2사 1·3루에서 김선빈의 3루수 땅볼 때 1루주자 최형우의 아웃으로 이닝이 끝난 것에 위안을 삼았다.
정현우는 3회말에 이어 4회말을 무실점으로 넘어가면서 순항을 이어갔다. 다만 그 사이 투구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고, 4회말까지 93구를 던졌다. 5이닝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현우는 5회말에도 올라왔다. 선두타자 변우혁을 안타로 내보냈고, 김태군의 우익수 뜬공 이후 윤도현에게 2루타를 맞았다. 1사 2·3루에서 최원준에게 삼진을 솎아냈으나 위즈덤의 볼넷 이후 나성범에게 2루타 적시타를 헌납했다. 투구수가 계속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키움 벤치는 정현우를 밀어붙였고, 2사 1·2루에서 최형우의 좌익수 뜬공으로 이닝이 끝났다. 이날 정현우의 마지막 이닝이었다.


신인 투수가 데뷔전부터 너무 무리하게 공을 던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정현우는 담담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그냥 다음 이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번 더 믿고 맡겨주셔서 올라갔던 것 같다"며 "점수 차가 워낙 크기도 했고, 5이닝 이상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끝까지 막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현우의 고교 시절 최대 투구수는 105개였다. 그는 "중간중간 따로 팔을 풀지 않았고, 그냥 경기가 진행될 때만 공을 던졌다. 고등학교 때에는 계속 중간에 팔을 풀었으니까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 (고교 시절 때와) 비슷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제도, 성과도 있었다. 정현우는 "불필요한 공이 많았고, 투구수도 너무 많았다. 볼넷 7개를 허용한 것에 대해서는 많이 화가 나기도 하고, 아쉽다"며 "긴장했고, (타자를) 잡기 위해 욕심을 내다 보니까 마음이 급해진 것 같다. 던질 때는 힘이 빠졌다는 걸 느끼지 못했고, 그냥 공 하나 하나 전력으로 던졌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정현우는 "그냥 지금까지 던진 투구수 중에서 최다 투구수이기도 하고, 끝까지 막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며 "이제 첫 경기를 치렀고, 앞으로 경기가 남았으니까 오늘 경기를 잘 복기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2006년생 정현우는 홍제초(서대문구리틀)-충암중-덕수고를 졸업한 뒤 올해 1라운드 1순위로 키움에 입단했다. 이미 완성형 좌완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데뷔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2차(대만)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이어 시범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점검했고, 시범경기 기간 3경기 11이닝 2승 평균자책점 0.82의 성적을 올렸다.
어려움 속에서도 첫 승을 거둔 정현우는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고자 한다. "시범경기와 분위기도 많이 다른 것 같고, 선배님들께서 확실히 공을 좀 더 집중해서 보시는 것 같다"며 "좀 더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투구수를 줄이고, 더 적극적으로 들어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광주, 유준상 기자 / 키움 히어로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