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의 선택’ KT 4번 타자 김민혁의 도전, 똑딱이 4번째 타자로 사는 법

입력
2025.03.26 16:22


KT 김민혁(30)은 2025시즌 시범경기를 3~4경기 정도 치른 시점에서 “4번 타자를 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라”는 유한준 타격코치을 말을 그저 농담처럼 받아들였다. 야구에서 ‘4번 타자’는 팀에서 최고의 타자들이 서는 상징적인 자리다. 정확성과 장타력, 중요할 때 쳐주는 클러치 능력까지 겸비한 타자들이 주로 채운다.

2014년 KT 창단 멤버로 입단한 외야수 김민혁은 프로 12년차지만 그런 타자와는 거리가 조금 있었다. 컨택 능력이 좋은 김민혁은 주전 외야수로 지난 시즌 타율 0.353(351타수124안타) 34타점 47득점을 기록하며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타격 성적은 꾸준한 오름세다. 그러나 통산 홈런은 10개 뿐이었다.

하지만 김민혁은 2025시즌 실제로 KT 4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시범경기에 4번 타자로 계속 들어가면서부터 예감했다”는 김민혁은 “그래도 ‘시즌 시작하면 4번 타자로 안 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코치님이 진지하게 계속 얘기해서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번 시즌 타선 강화를 위해 강백호-멜 로하스 주니어라는 팀 내 최고 강타자들을 1·2번 타순에 전진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면서 교타자 스타일의 허경민과 김민혁을 3·4번에 넣는 기존 ‘상식’과 다른 선택을 했다. 특히 김민혁을 4번 타순에 넣는 것은 ‘파격’이라 할 만했다.

그런데 김민혁의 4번 타자 기용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고 있다. 김민혁은 지난 25일 두산과의 홈 경기에서 4타수2안타(1득점)로 활약했다. 강백호-로하스-허경민 타순이 폭발하는 가운데 김민혁의 방망이까지 불이 붙었다. 김민혁은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4번 타자로 나선 지난 22일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멀티히트(1타점)를 기록하는 등 개막 3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쳐냈다. 이날까지 타율은 0.417(12타수5안타)다.

김민혁은 “4번 타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압박감은 솔직히 조금 크다. 감독님이 짠 타순을 주변에서 파격적이라고 하는데, 그 안에서 저는 일반적인 4번 타자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맞는 배팅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매 타석에 선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민혁은 그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있다. 출발이 아주 좋다. 개막전에서는 1회말 첫 타석 안타가 1타점 적시타였다. 개인 통산 개막전 첫 안타였는데, 2사 후 3루 주자 강백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2-1로 앞선 5회 1사 1·2루에서는 아쉽게 2루수 앞 병살타를 쳤지만 2안타로 마감했다. 개막전 첫 안타의 기쁨 보다 병살타의 아쉬움이 더 짙게 남았다. 그날 경기를 떠올린 김민혁은 “그때 다른 4번 타자였다면 확실한 자기 스윙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고 맞추려는 습관이 나와서 맥없는 땅볼을 쳤다”고 복기했다.

이 감독은 “왼손투수를 상대로도 잘 쳤다”며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김민혁에게 4번 타자로 기회를 줄 것임을 밝혔다. 이에 김민혁은 “더 잘해야 하지 않겠나. 좌투수라고 더 어려운 부분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민혁은 이어 “(문)상철이 형이 ‘어느 타순이든 자기 야구를 한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해줬다”며 “실제 찬스도 많이 걸리고 있는데 4번 타자라는 생각보다 시합에 나가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조금 생각이 많은 편이라고 밝힌 김민혁은 “4번 타자들은 찬스에서 잘 치고, 혹은 못 치더라도 너무 신경쓰지 않지 않나. 그런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며 자신의 숙제도 이야기했다.

김민혁의 4번 타자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어려운 자리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김민혁은 “4번째 타자라는 상징적인 자리에서 잘하면 임팩트가 크지 않겠냐”며 유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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