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가 열린 17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 중이던 염경엽 LG 감독은 훈련을 위해 지나가던 송찬의를 불러세웠다.
염 감독은 대뜸 "찬의야, 너 개막전 선발이다. 잘 준비해라. 항상 오는 기회 아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은 송찬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훈련을 위해 자리를 떴다.
LG는 오는 22일 잠실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정규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롯데는 왼손 투수 찰리 반즈를 일찌감치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염 감독은 이에 맞춰 우타자 송찬의 카드를 내세웠다.
송찬의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5할(6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을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염 감독이 송찬의를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한 건 단순히 좌투수에 강해서만은 아니다. 미국 1차 스프링캠프부터 일본 2차 캠프, 그리고 시범경기까지 지켜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염 감독은 "송찬의는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면서 "타석에서 투수와 싸울 때의 생각도 바뀌었고, 기본기를 많이 채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파워는 있었지만 기본기와 디테일이 채워지지 않아 성공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파워를 유지하면서 기본기도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만난 송찬의는 "개막전 선발 출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좀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과 2023년에 개막전 선발로 나갔었는데 항상 안 좋아서 올해는 다르게 해볼 수 있게 준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시범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홈런왕에 올랐던 송찬의는 1군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으나 정규리그에서는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그해 1군에서 33경기 출전에 그친 송찬의는 이후에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군보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2023년 19경기, 2024년 10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천금 같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송찬의는 "과거에 못 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잘 친다고 정규 시즌에도 잘 친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껏 내가 해 온 것을 확인하고 적립하면서 정규 시즌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막 엔트리 승선과 무관하게 송찬의는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김)현수 형과 붙어 다니면서 운동을 계속했다"며 "현수 형과 웨이트 트레이닝과 타격 훈련을 함께 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많이 들었다. 몸 상태가 좋아 경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김현수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확고한 주전이 아니기에 올 시즌 목표도 개인적인 수치보다 경기 출전 횟수를 늘리는 것으로 잡았다.
송찬의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라며 "올해는 최소 80경기에 출전하고 싶다. 앞만 보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