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같은 ‘조상우 영입’…KIA의 올인 왜?

입력
2024.12.23 07:00
내년 최강전력 마지막 기회

1년 밖에 기용 못 하더라도

‘우승위해 손해 아냐’ 판단



식어가던 스토브리그를 KIA가 다시 달궜다. 경쟁 구단들의 치열한 영입전 속에서 침묵하던 KIA의 단 한 방은 통합 2연패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KIA가 지난 19일 트레이드로 영입한 조상우(사진)는 리그 최강 구위를 가진 투수다. 빠르고 강력한 공을 앞세워 2020년 33세이브로 세이브왕에 올랐고 국가대표에서도 마무리로 활약했다. 올시즌 없는 살림에 최하위를 하면서도 키움이 공개 트레이드를 선언할 정도로 ‘주력 상품’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 올시즌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중에는 키움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KIA가 이 뜨거운 감자를 맨손으로 잡았다. 키움은 선수를 다른 구단에 내주고 그 반대급부로 구단을 꾸려가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올시즌 리그 톱을 찍은 외국인 선발 둘의 몸값을 감당하지 않겠다며 보류권마저 포기하는 등 성적보다는 구단 살림을 위해 선수를 거래하는 특유의 운영 방식으로 다시 논란을 만들고 있다.

그 손을 KIA가 덥썩 잡았다. 현금 10억원과 2026 신인 1·4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주고 조상우를 영입했다.

KIA는 지난달 자유계약선수(FA) 장현식을 LG에 내주면서 필승계투조에 공백을 안게 됐다. ‘오버페이’는 지양하겠다는 방침 안에서는 장현식을 잡을 수 없었고 FA 대상 중 외부 영입도 여의치 않았다. 중간 계투는 기존 투수들로 보강하되 선발에서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고자 외국인 투수 영입에 좀 더 매진해왔다.

그러나 결국 불펜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선회해 전격적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조상우는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가 된다. 자칫 ‘1년짜리 카드’가 될 수도 있는 거래에 미래의 신인 2명과 10억원을 준 것이다. 실패하면 대단히 큰 출혈이고, 성공하면 완벽한 승부수가 된다.

도박 같은 트레이드 자체가 결국 2025년 우승하겠다는 직접적인 선언이다.

KIA는 올해 사령탑 신인 이범호 감독 체제에서 강한 타선을 앞세워 숱한 위기를 뚫고 우승했다. 우승 뒤 감독에게 특급 대우로 재계약을 안겨 체제를 공고히 했으나 올시즌 최강이었던 전력을 유지할 시간은 길지가 않다. KIA는 내년 시즌을 마치면 주전 유격수 박찬호와 외야수 최원준이 FA가 된다. 에이스 양현종도 2022년 맺었던 4년 FA 계약기간 마지막 해다. 올해초 1+1년 계약을 한 최형우 역시 내년 시즌 뒤 기간이 종료된다. 전부, 올시즌 KIA를 최강전력으로 만든 핵심 선수들이다. KIA가 이번 FA 시장에서 오버페이를 지양한 배경이기도 하다.

2025년은 현재의 최강전력으로 나설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기존 전력으로 가더라도 아주 큰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불펜에 KIA가 폭탄 같은 트레이드를 얹은 까닭이다.

기존 중간계투 장현식은 4년 52억원 전액보장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LG로 옮겼다. KIA는 더 센 투수로 그 자리를 메웠다. 대신 키움에 미래를 내줬고, 조상우를 1년밖에 기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트레이드 했다. FA시 A등급이 될 조상우를 타 구단에 내주게 되더라도 내년 우승할 수만 있다면 20인 외 보상선수와 바꾸게 돼도 큰 손해는 아니라는 계산도 있다.

조상우는 불펜이 강한 팀에서도 데려가고 싶어할 정도로 매력적인 투수다. 그러나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고 부상까지 겪은 터라 당장 내년 성과를 내야 하는 KIA로서는 위험 부담이 있다. 무엇보다 키움이 깔아놓은, 발전적이지 못한 판에서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손을 맞잡았다.

결과에 따라 이 트레이드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게 된다. 성공하리라는 꿈만 꾸기에는 그렇지 못할 경우가 꽤 치명적이다. KIA가 2025년을 어떤 각오로 준비하는지 트레이드 한 방에 다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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