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FA 시장에서 유격수 심우준을 영입하며 센터 라인 강화에 성공했다. 수비를 중시하는 김경문 감독 요청으로 심우준을 데려와 센터 라인의 중심을 잡았다. 포수 최재훈, 2루수 안치홍, 황영묵, 문현빈, 유격수 심우준까지는 안정적이지만 마지막 퍼즐이 남아있다. 바로 외야의 중심, 중견수 자리다.
한화는 수년째 중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0년 시즌 후 베테랑 이용규를 방출하며 리빌딩에 들어갔고, 2021년에 8명의 젊은 선수들이 선발 중견수로 나섰지만 어느 누구도 확 튀어나오지 못했다. 2022년에는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이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지만 재계약이 불발돼 1년 인연으로 끝났다.
2023년에도 한화의 중견수 돌려막기가 이어졌다. 내야수로 입단한 신인 문현빈이 중견수를 겸하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8월부터 원래 포지션인 2루수로 고정됐다. 이후 이진영이 중견수로 비중을 늘렸지만 확실하게 자리를 꿰찼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올해는 무려 10명의 선수들이 중견수로 한 번 이상 선발 출장했다. 개막전 선발 김강민(15경기)을 시작으로 임종찬, 이진영(이상 15경기), 정은원(6경기), 이원석(22경기), 장진혁(66경기), 유로결(2경기), 요나단 페라자, 권광민, 이상혁(이상 1경기)이 번갈아가며 선발 중견수로 나섰다.
중견수로 가장 많이 출장한 선수가 장진혁이었다. 6월초 김경문 감독 부임 후 중용된 장진혁은 99경기 타율 2할6푼3리(289타수 76안타) 9홈런 44타점 14도루 OPS .747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풀타임 시즌 성적은 아니지만 후반기에 성장세를 보였고, 내년에도 주전 중견수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장진혁은 지난 18일 FA로 한화에 온 투수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KT 지명을 받아 팀을 떠났다. 최근 몇 년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으로 유망주들을 많이 뽑아놓은 한화의 25인 보호선수명단이 빡빡했고, 내년 32세로 적잖은 나이가 되는 장진혁이 보상선수로 빠져나갔다. 비슷비슷한 외야수들이 많은 팀 구성도 반영된 결과다. 언제까지 돌려막기만 할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
한화가 아무 계산 없이 장진혁을 보호선수명단에서 푼 것은 아니다. 장진혁 이탈과 관계없이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중견수를 우선적으로 찾고 있다. 페라자는 시즌 초중반 임팩트가 강했지만 타격 기복이 심했고, 코너 외야 수비도 너무 불안했다. 공수에서 약점이 뚜렷했고, 현장 평가와 신뢰도도 떨어졌다. 결국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중견수 수비가 되는 선수들 위주로 리스트업했다.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 중견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여러모로 리스크는 있다. 외국인 타자와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봐도 국내 중견수 자원의 성장이 꼭 필요하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이진영, 임종찬, 이원석, 유로결, 이상혁 등 중견수 자원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2023년 홈런 10개를 치며 주전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이진영, 강한 어깨와 장타력에 은근한 스피드까지 툴이 좋은 임종찬이 성장하는 게 한화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냉정하게 봐서 지금 당장 주전급으로 계산이 서는 중견수가 안 보인다. 외국인 타자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장진혁의 빈자리가 마냥 가볍게 보이진 않는 이유다. 어떤 외국인 타자가 오느냐에 따라 트레이드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시즌 중에도 한화는 중견수 영입을 위해 여러 팀들과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다. 여러 이유들로 성사가 되진 않았지만 오프시즌에 불씨는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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