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매년 1~2명 정도 뉴 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면 이상적이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뉴 페이스는 주전까진 아니더라도 1군에서 붙박이로 활용 가능한 선수를 의미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전력이 약한 팀은 쉽지 않은 미션이다. 기존 구멍 메우기에 급급하고, 뉴 페이스의 경쟁력에 따라 전력의 업그레이드가 결정된다. 그러나 KIA처럼 뎁스가 좋고 전력이 좋은 팀의 경우, 뉴 페이스가 1군에 자리잡도록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때문에 오히려 뉴 페이스를 정착시키기 용이한 환경이다. 전력이 좋고 성적을 내는 팀이 리빌딩도 잘 할 수 있는 이유다.
KIA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에 투수 김기훈, 내야수 변우혁, 외야수 박정우가 있다. 변우혁과 박정우는 이미 올해 1군 붙박이 백업이었다. 이들이 주전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면 KIA가 자연스럽게 향후 베테랑들의 기량 하락에 대비하는 맷집을 키우게 된다.
이들과 별개로 내년에 순수하게 1군 주축자원으로 자리잡을 만한 선수는 역시 내야수 윤도현(21)이다. 중, 고교 시절 김도영의 라이벌이었다. 한 방 있고, 클러치 능력 있고, 발 빠르다. 내야 멀티요원이기도 하다. 잠재력만 보면 김도영 이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내내 부상에 시달렸다. 올해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MVP에 선정될 정도로 맹활약했다. 그러다 갑자기 캠프 막판 내복사근을 다쳤다. 겨우 재활을 마치고 퓨처스리그로 돌아왔다. 그러나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 무리하게 3루에 들어가다 데뷔 시즌에 이어 또 한번 중수골 골절을 입었다.
당시 삽입한 고정 핀을 최근 병원에서 제거했다. 때문에 마무리캠프 합류가 불발됐다는 게 KIA 관계자 설명이다. 재활군에서 다시 몸을 돌보며 2024시즌을 마무리한다. 그래도 올 시즌 막판 1군 6경기서 27타수 11안타 타율 0.407 1홈런 8타점 5득점 1도루로 가능성을 보여준 건 수확이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3일 전화통화서 “윤도현을 키워야 하는 걸 팬들도 알고 계신다. 우리도 젊은 내야수 수혈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거기에 맞게 잘 따라오면 준비를 시키겠지만, 부상을 당하거나 못 따라오면 어쩔 수 없다. 그 선수가 목표치를 삼고 도달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막강한 선배들 사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이범호 감독은 앞으로 윤도현에게 기회를 주겠지만, 1군에 자리를 잡는 건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워낙 재능도 좋고 열심히 하는 선수이니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기회를 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강하게 키울 것임을 시사했다고 보면 된다. KIA의 미래, 윤도현의 미래를 생각하면 2025시즌이 정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