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2] 벤자민이 지워버린 7이닝… KT의 마법은 그렇게 시작됐다

입력
2024.10.03 18:06
수정
2024.10.03 18:06
KT 웨스 벤자민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4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결정전 2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할 나위 없던 서막, 완벽한 엔딩을 맞았다.

프로야구 KT의 외인 투수 웨스 벤자민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눈부신 호투를 보여줬다. 벤자민이 챙긴 선발승과 함께 KT는 KBO리그 최초로 WC 결정전 업셋을 만들어내며 3위 LG가 기다리는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로 향한다.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벤자민이 수놓은 퀄리티스타트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그만큼 값졌다. 살얼음판 같은 1점 리드였지만, 벤자민이 두산 타선에 부어놓은 찬물은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잡힐 때까지 이어졌기 때문.

출발부터 산뜻했다. 1~2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장식했다. 3회 김기연에게 첫 피안타를 내줬지만, 해프닝에 불과했다. 다시 세 타자로 이닝을 닫은 4회를 지나 5회에 위기가 찾아왔다. 선두타자 양석환에게 안타를 내주고 강승호의 땅볼에 주자가 2루로 향했다.

처음으로 맞은 1사 2루 실점 위기. 여기서 허경민의 좌전 안타가 터졌다. 하지만 벤자민의 실점을 좌익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나서서 지웠다. 완벽한 보살로 홈에서 양석환을 저격해낸 것. 분위기는 또다시 KT 그리고 벤자민을 향했다. 그는 이어진 6~7회를 다시 깨끗한 삼자범퇴로 처리하면서 최고의 화답을 건넸다.

KT 선발 웨스 벤자민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4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결정전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T 웨스 벤자민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4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결정전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벤자민의 투구수는 88구. 최고 구속 150㎞를 찍은 패스트볼(22구)을 바탕으로 예리한 슬라이더(39구)가 춤을 췄다. 커터(17구), 체인지업(6구), 커브(4구)도 함께 곁들여졌다. 특히 스트라이크-볼 비율이 64-24로 아름다웠다. 이강철 KT 감독도 “무엇보다 1,2차전 모두 무사사구 경기가 나왔다. 그게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벤자민은 “전체적으로 한 이닝 한 이닝씩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다. 팀 승리를 최우선에 두고 매 이닝 집중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7회말 양석환을 삼진으로 잡고 포효하던 장면에 대해서는 “마지막인 걸 알았기에 모든 감정표현이 나온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건네기도 했다.

시즌 막판 부진을 이겨낸 투구라 더욱 반갑다. 그는 9월 5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8.34(22⅔이닝 21자책점)로 연신 약점을 노출했다. 그러나 가을 무대에서 보란듯이 살아났다. 그는 “한 달 동안 타이밍적으로 안 맞으면서 좋지 않은 모습이 나왔다. 메카닉적으로 열심히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안 좋았던 점들을 보완하고자 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KT 외국인 투수 듀오 윌리엄 쿠에바스(왼쪽)와 웨스 벤자민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누구보다 절친한 외인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로하스가 득점했을 때가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쿠에바스는 내게 놀리는 말들을 많이 했다. 항상 열심히 하는 동료라 나도 열심히 하게 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에너지를 공유하는 동료”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지막으로 “5위 팀이 WC 결정전을 승리한 게 처음인지 몰랐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하면 남은 시리즈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웃은 그는 “팬들께서 못할 때도 좋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진솔한 메시지를 띄워보냈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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