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결정전 승리→극적인 PS 진출, 이제 KT는 기적을 꿈꾼다…"우리는 마법사니까요" [WC1]

입력
2024.10.02 18:29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강철 KT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정규시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오른 KT 위즈가 계속 기적을 써내려갈 수 있을까.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KT는 시즌 후반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이어갔고, 공동 5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하면서 SSG 랜더스와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을 치러야 했다. KBO리그 출범 이후 5위 결정전이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T는 1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선제 솔로포 이후 3회초 정준재의 1타점 적시타 때 SSG에 동점을 허용했고, 5회초에는 최정에게 역전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8회초 최정의 솔로포가 터지면서 두 팀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승부의 추가 SSG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KT는 포기하지 않고 저력을 발휘했다. 8회말 선두타자 심우준에 이어 대타 오재일까지 안타로 출루했고, 무사 1·3루에서 등장한 로하스가 김광현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리드를 되찾았다. 마무리투수 박영현이 9회초 2사 3루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타자 최지훈에게 삼진을 솎아내면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강철 KT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2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이강철 감독은 "어제는 정말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생각이었고, 오늘은 좀 더 여유가 있다. 우리 팀이 5년 연속으로 갔는데,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지 못하게 되면 (연속 시즌 진출 기록을) 또 만들어야 하지 않나. 그렇게 해야 팀이 좋은 레벨로 가고, 또 선수들이 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5위해서 어떻게든 포스트시즌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령탑은 8회초 수비, 8회말 공격 과정을 돌아보기도 했다. 8회초에는 2사 1루에서 유격수 심우준이 호수비를 선보이면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고, 8회말에는 오재일 대타 카드가 적중하면서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이 감독은 "심우준의 수비 없었다면 8회말이 없었을 것이다. 좋은 수비를 해줬다. 심우준의 수비 범위가 넓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오윤석 선수도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  수비적으로는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만약 팀이 이기고 있으면 오늘 선발 출전하지 않는 (문)상철이를 1루수로 넣을 생각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광현이) 7회말부터 몸을 푸는 걸 봤다. 노경은이 구원 등판하는데, 불펜에서 김광현이 몸을 풀더라. 좌타자가 나올 때 등판할 것 같아서 준비했고, 또 어떻게 해야할지 그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며 "(오재일이) 못 쳤으면 큰일날 뻔했다(웃음). 키움전부터 타격감이 올라왔고, 또 (오재일에게) 큰 걸 바랐다. (그 상황에서) 장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오재일을 대타로 썼다. 데이터와 타격감, 컨디션을 고려했고, 또 오재일이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라서 교체했다"고 복기했다.

1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KT 위즈의 5위 결정전 경기, KT가 로하스의 역전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SSG에 4:3 승리를 거두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KT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이제 KT는 0%의 확률에 도전한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5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없었다. KT는 5위 결정전의 기세를 몰아 최초의 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다.

이 감독은 "(5위 팀이) 한 번은 가야 하는데, 우리가 마법사(위즈)이지 않나. 항상 최초의 기록을 갖고 있으니 좋은 기운을 받아서 가고 싶다"며 "2년 전에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렀는데, 한 경기만 이기면 된다고 하지만, 사실 부담스럽더라. 우리보다 두산이 더 부담감을 갖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날 곽빈을 상대하는 KT는 김민혁(좌익수)-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장성우(포수)-강백호(지명타자)-오재일(1루수)-오윤석(2루수)-황재균(3루수)-배정대(중견수)-심우준(유격수)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올 시즌 곽빈이 KT를 상대로 6경기에 등판해 5승 평균자책점 1.51로 강한 모습을 보인 만큼 KT로선 신경이 쓰일 법도 하다. 다만 사령탑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이 감독은 "변명이 아니라 시즌 초반에 우연찮게 두산을 많이 만났다. 대체 선발이 나간 경우가 많아서 (상대전적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6회말 수비를 마친 KT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곽빈과 선발 맞대결을 펼칠 투수는 윌리엄 쿠에바스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73⅓이닝 7승 12패 평균자책점 4.10의 성적을 남겼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다만 시즌 후반 흐름은 좋지 않았다. 쿠에바스는 9월 4경기 16⅓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7.16으로 부진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3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1탈삼진 4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 시즌 두산전 성적은 3경기 14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 5.79.

이강철 감독은 "어제 같은 경우 불펜투수들이 지친 상태였고, 끊어가는 것도 쉽지 않아서 (고)영표, (소)형준이를 2이닝씩 쓰면서 가장 힘 있는 투수를 기용하려고 계획했고, 길게 갔는데, 그게 잘 이뤄진 것 같다. 불펜을 아꼈다"며 "오늘 쿠에바스가 많은 이닝 던져줬으면 한다. 쿠에바스의 구위를 좀 지켜보려고 한다. 쿠에바스가 많은 이닝을 던지기도 했고, 최근 들어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이어 "오늘과 내일 경기에서는 선발에 큰 의미를 두진 않으려고 한다. 내일까지 잘해서 이긴다면 그 다음부터는 로테이션이 돌아갈 수 있다. 오늘은 이기는 데 집중하고, 내일은 선발 뒤에 바로 붙일 카드 만들 것"이라며 "(전날 나온) (소)형준이는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오늘 하루 쉰다"고 덧붙였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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