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KBO리그에서 피치컴을 사용한 선발투수들의 맞대결이 처음으로 벌어졌다.
18일 창원NC파크. 한화 이글스 류현진과 NC 다이노스 신민혁이 나란히 피치컴을 사용하면서 경기에 나섰다. 두 팀은 이번 3연전 첫날, 그러니까 16일 경기를 장맛비로 치르지 못했다. 피치컴을 쓸 수 있는 첫 경기는 17일이었다.
이날 한화 선발투수 하이메 바리아와 구원투수 김서현이 피치컴을 사용했다. 김경문 감독은 애당초 17일부터 모든 투수에게 실전 사용을 독려했으나 직접 장비를 확인해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 개개인의 선택에 맡겼다. 그 결과 바리아와 김서현이 피치컴 수신기를 사용했다. 포수가 송신기를 사용했다.
반대로 18일 선발투수 류현진은 직접 송신기를 사용했다. 포수 이재원이 수신기를 사용했다. 17일에는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나간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가 직접 송신기를 썼다. 류현진은 쿠에바스에 이어 토종투수들 중에선 처음으로 피치컴 송신기를 사용했다.
류현진은 허리 벨트에 송신기를 달았다. 이재원에게 공을 받은 뒤 투구판을 밟고 다음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특유의 어슬렁거리는 동작 속에서 자연스럽게 송신기 버튼을 조작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신민혁은 17일 쿠에바스, KIA 타이거즈 양현종, 한화 바리아와 김서현처럼 수신기를 착용했다. 포수 김형준이 송신기를 무릎 보호대 부근에 차고 버튼을 조작했다. 즉, 류현진과 신민혁은 피치컴을 쓰고 선발 맞대결한 건 사실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좀 달랐다. 류현진은 자기주도 볼배합을 했고, 신민혁은 전적으로 김형준에게 사인을 받았다.
NC 강인권 감독과 한화 김경문 감독에 따르면, 피치컴 조작이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다. 송신기에는 총 9개의 버튼이 있다. 구종 및 위치 설정까지 할 수 있다. 사전에 입력값을 넣고 그에 따라 조작하면 되는 방식이다. 강인권 감독에 따르면 9개 버튼을 전부 사용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 사용하기 나름이다.
신민혁이 웃었다. 신민혁은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1회 난조 이후에는 류현진다운 투구를 했다. 5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 4실점(3자책).결과적으로 포수의 볼배합이 투수의 볼배합을 이긴 셈이지만, 어디까지나 신민혁이 상대적으로 잘 던졌다고 봐야 한다.
신민혁은 구단을 통해 "피치컴을 처음 써봤는데 편안했다. 확실히 빨라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속도를 조절하며 투구했다. 팀의 가을야구를 목표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김형준은 "피치컴을 사용해보니 버튼을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진행에 있어서 빠른 느낌도있었다. 사용에 대해 적응하면 계속적으로 사용해도 문제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