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기량은 좋은데 그 기량이 꽃을 못 피우고 계속 정체돼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아 조금 안타깝긴 했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지난 9일 방출된 외야수 예진원(25)을 안타까워하며 한 말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팀 재정비를 이유로 예진원을 비롯해 외야수 우승원, 내야수 이호열, 포수 신효수 등을 웨이버 공시했다. 키움은 10개 구단 가운데 현재 육성을 가장 잘하는 팀으로 꼽힌다. 구단은 이 선수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고 했지만, 육성 강팀에서도 포기한 선수를 어느 팀이 데려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예진원에게 손을 내민 팀이 딱 하나 있었다. 올해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다. KBO는 16일 예진원이 웨이버 트레이드로 키움에서 KIA로 이적했다고 공시했다. KBO가 선수의 웨이버 공시를 하면, 해당 선수 영입을 원하는 구단은 7일 이내에 총재에게 당해 선수계약의 양도를 신청해야 한다. 복수 구단일 경우 신청기간 만료일 기준 KBO 정규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1위 KIA가 예진원을 품을 수 있었던 건 나머지 8개 구단이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다. KIA는 규정에 따라 예진원의 웨이버 트레이드 이적료로 키움에 3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한다.
키움이 예진원을 웨이버 공시할 당시 즉시전력으로 활용하지 않더라도 영입을 원하는 구단이 있을 것이란 목소리는 있었다. 워낙 잠재력 있는 유망주였기 때문. 예진원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8순위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경남고 시절 이주형(LG 트윈스→키움), 노시환(한화 이글스) 등과 함께 방망이가 좋은 타자로 손꼽혔던 인물이다. 입단 첫해부터 퓨처스리그 71경기에서 타율 0.347를 기록하며 폭격했고, 2020년에는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까지 마쳤다. 예진원이 신인일 당시 키움 코치로 지냈던 허문회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야구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1군에만 오면 유독 작아졌다. 올해까지 1군에서 6시즌 동안 117경기 출전에 그쳤고, 통산 타율은 0.174(190타수 33안타)로 부진했다. 2홈런, 13타점, 장타율 0.263 등 통산 성적을 보면 예진원이 구단의 기대대로 성장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퓨처스리그 통산 성적은 374경기, 타율 0.290(1097타수 318안타), 15홈런, 118타점, 장타율 0.402다.
홍원기 감독은 예진원의 방출을 안타까워하면서 "아시다시피 예진원은 경남고 시절 이주형, 노시환 이런 선수들과 굉장히 좋았다고 들었다. 사실 여기서 나도 신인 때부터 봤지만, 기량은 좋은데 그 기량이 꽃을 못 피우고 계속 정체돼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아 조금 안타깝긴 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팀에 왼손(좌타) 외야수가 많고 그래서 여러 가지 조금 선수 본인에게는 안 좋은 점들이 겹쳐서 그런 결정이 나오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IA는 예진원을 1군에서 즉시 활용하기보다는 미래 자원에 무게를 두고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KIA는 현재 이의리, 윤영철 등이 이탈한 투수 쪽의 보강이 더 급한 편이다. 외야는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최원준, 이창진, 최형우 등 가용 인원이 많다. 예진원이 당장 이들을 밀어낼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KIA는 뎁스 보강 차원에서 예진원을 영입해 일단 퓨처스리그에서 차근차근 활용하면서 쓰임새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KIA 관계자는 "예진원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번 영입을 결정했다. 외야수 선수층 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