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세이프→아웃' 초유의 비디오판독 최종 결정 번복…'오심'은 막았지만, '규정'은 지키지 못했다

입력
2024.06.19 01:40
수정
2024.06.19 05:55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경기, 7회초 무사 1루 NC 김형준의 내야땅볼때 1루주자 김휘집이 2루에서 세이프 판정이 나오자 두산 이승엽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어필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6.18/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경기, 7회초 무사 1루 NC 김형준의 내야땅볼때 1루주자 김휘집이 2루에서 세이프 판정이 나온 후 포스아웃으로 번복되자 강인권 감독이 나와 판정에 어필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6.18/


[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오심과 규정 사이, 잠실구장 심판진은 '오심 막기'를 선택했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구장.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전에서 비디오판독이 번복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6으로 지고 있던 NC 7회초 공격. 무사 주자 1루에서 김형준이 2루수 땅볼을 쳤다.

두산 2루수 강승호가 1루주자 김휘집을 태그하려고 했지만, 김휘집이 잠시 주춤거리면서 시간을 끌었다. 강승호는 타자 주자 상황을 보며 1루에 공을 던졌지만, 김형준은 세이프.

1루수 양석환이 2루 베이스를 지키던 유격수 박준영에게 빠르게 송구했다. 공을 잡은 박준영은 김휘집을 태그하려고 글러브를 내밀었다. 그러나 김휘집이 절묘하게 태그를 피했고, 2루심은 세이프 판정을 했다.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경기, 7회초 무사 1루 NC 김형준의 내야땅볼때 1루주자 김휘집이 2루에서 포스아웃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6.18/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타자주자 김형준이 1루에 안착한 만큼, 김휘집은 포스아웃 상황이었다. 박준영이 2루를 밟은 채 공을 잡았던 만큼, 태그 여부와 상관없이 아웃이 선언돼야 맞는 판정이었다.

두산 측에서는 '포스아웃 상황인데 왜 세이프 판정이 나오냐'라고 이의를 제기하며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비디오판독실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박준영이 제대로 베이스를 밟고 있었는지, 그리고 공이 김휘집보다 먼저 글러브에 도착했는지 여부였다.

사진=SPOTV2 중계화면


중계화면에도 '포스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판정'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비디오판독실 결과는 '세이프'였다. 포스 아웃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엉뚱하게 태그플레이 아웃 여부를 확인한 결과였다. 심판진은 당연히 비디오판독실에 내린 결정대로 '세이프'를 선언했다. 비디오판독에 의한 최종심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승엽 두산 감독은 포기할 수 없었다. 포스 아웃 여부를 재차 확인했다. 심판진은 다시 모였다. 장고 끝에 결국 아웃 판정을 내렸다. 심판진은 "1루 수비수가 공을 던져 세이프 판정이 났다. 2루에서는 포스 플레이기 때문에 태그와 상관 없이 수비수의 발이 베이스에 닿아 있어 아웃으로 선언하겠다"고 설명했다.

강인권 NC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이유는 명확했다. '규정'을 어겼기 때문. NC 관계자는 "비디오 판독으로 나온 상황을 정정했기 때문에 이뤄진 항의"라고 설명했다.

KBO 규정 제 28조 '비디오 판독' 11항에 따르면 '심판팀장이 비디오 판독에 의해 결정한 하나 또는 복수의 판정에 대한 판정 유지나 번복, 그리고 주자의 위치 등 배정 필요에 의해 실시된 모든 행위는 최종이고, 양 구단에 적용되며 이는 더 이상 검토나 수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심판진이 비디오판독실 결정을 뒤집은 셈이다.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경기, 7회초 무사 1루 NC 김형준의 내야땅볼때 1루주자 김휘집이 2루에서 세이프 판정이 나오자 두산 이승엽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어필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6.18/


비디오 판독 이후 상황은 그동안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불복하고 항의할 경우 감독에게는 퇴장이 선언되곤 했다. 억울한 상황이 있어도 규정으로 정해놓은 만큼, 항의를 못한 채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의 경우 비디오판독 상황과 별개로 룰 적용이 잘못 됐다는 차이는 있다. 룰 숙지를 못해 혼돈이 벌어진 셈이다.

오석환 심판위원회 위원장은 "규정에 따르면 비디오 판독 결정은 번복할 수 없으나 너무나 명확한 상황이라 현장에서 결정을 다시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판진으로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던 순간. 명백하게 나온 오심을 감안하고 규정을 지켜야할 지, 규정을 포기하되 오심을 잡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오심'을 바로잡기로 결정했다. '규정'은 어기게 된 경기를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강 감독은 타석에 타자를 내보내지 않으며 무언의 항의를 하기도 했다. 한동안 지연됐던 가운데 후속타자 김주원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사건은 일단락이 됐다.

KBO도 일단 이 사건에 대한 경위서를 받고, 추후 대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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