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엄상백(28)의 반등을 고대하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9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전날 선발등판해 승패 없이 5.1이닝 4실점에 그친 엄상백에 대해 “선수 본인은 (실점을) 얼마나 막고 싶었겠는가”라며 “더 큰 부담을 가지기 전에 5회까지만 던지게 하고 교체해줬어야 했는데, 내가 실수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엄상백에게는 뒷심이 부족했다. 3회까지는 볼넷 1개만을 내줬을 뿐이다. 실점 없이 10타자를 상대하면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치는 분위기였다. 4회 손아섭에게 2점홈런을 맞는 등 3실점했지만, 5회를 완벽히 틀어막으며 금세 안정감을 되찾았다. 그러나 4-3으로 앞선 6회 선두타자 박건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잘 잡은 뒤 후속타자 맷 데이비슨에게 동점포를 허용한 게 아쉬웠다. 이 감독도 더는 지켜보지 않고 엄상백을 김민수로 교체했다.
이 감독은 “지금 우리 팀의 불펜투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린 상태였는데, (엄)상백이를 좀더 이른 시점에 교체해주고 불펜을 돌렸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지 모르겠다”며 “어제(8일)는 상백이가 갖고 있는 구종에 따라 투구 패턴이 조금은 단조로웠을 수도 있다. 상대 타순이 세 바퀴까지 돌기 이전에 좀더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KT로선 엄상백의 반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감독이 팀 반등의 핵심요소로 꼽은 것도 선발진의 안정화다. 지금은 사실상 웨스 벤자민~윌리엄 쿠에바스 둘로만 버티는 형국이라 국내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 투수가 필요한데, 남은 국내 선발 2명이 모두 신인이라 엄상백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 감독도 8일 엄상백의 등판에 앞서 “(고)영표가 돌아오기 전까지 상백이가 지금의 절반 정도만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래도 조금씩 희망은 보인다. 엄상백은 8일 홈런 2방에 고개를 숙였지만, 반등 가능성은 분명히 보여줬다. 이날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9탈삼진 타이기록도 세웠다. 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5이닝 9탈삼진 3실점)에 이어 연속으로 세운 기록이라 좀더 의미가 있다.
수원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