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 권하는 ABS, 떨고있는 타자들

입력
2024.05.09 07:00


S존 ‘핫코너’ 된 몸쪽 높은공

‘몸 맞는 공’ 1년새 17% 증가

손가락·팔꿈치 등 타자 부상 위험도 껑충

김성현·박지환·김한별…높은 공 맞고 이탈

“선수 보호” S존 모서리 조정 의견에

“원칙 위반”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아

경기시간 단축 방해·투수 불만도 변수

KBO 10개 구단이 합계 180경기를 치른 7일 현재 모두 212개의 몸에 맞는 공(사구)이 나왔다. 지난 시즌 181경기를 치른 5월 18일(181개)과 비교하면 대략 17%가 늘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 시즌 사구는 848개가 나올 수 있다. 2018시즌 860개 이후 최다가 될 수 있다.

갑자기 사구가 늘어난 원인으로 추측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타고투저’다. 올 시즌 현재까지 나온 홈런이 모두 339개, 지난 시즌 같은 기간 221개에 비해 100개 이상 늘었다. 통상 타고 시즌이면 사구도 증가한다. 타자들을 이겨내기 위해 몸쪽 승부가 잦아지고 그만큼 사구도 많아진다.

몸에 맞는 공 17% 늘었다… 타고투저? ABS?

또 하나 생각해볼 게 있다. 올 시즌 세계 최초로 도입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다. ABS를 도입하면서 KBO는 스트라이크 존 좌우 기준을 2㎝씩 확대했다. 여기에 더해 높은 존 판정도 이전보다 후해졌다는 평가다. 좌우로 존이 커지고, 높은 쪽 공도 잘 잡아주니 몸쪽 높은 공이 핫 코너가 됐다. A 구단 한 타자는 “예전 같으면 안 잡아줄 공이 이제는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가 되니까 아무래도 몸쪽 높은 공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투수에게도, 타자에게도 올 시즌 몸쪽 높은 공은 생존을 위한 화두다.

몸쪽 높은 공이 매번 완벽하게 제구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살짝만 제구가 흔들려도 타자의 손이나 팔꿈치, 어깨로 공이 향한다. 장기 부상으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 부위다.

올 시즌 벌써 세 명이나 몸쪽 높은 사구로 부상 이탈했다. SSG 김성현이 지난달 21일 왼쪽 손목에 공을 맞고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같은 팀 신인 박지환도 지난달 30일 왼쪽 손등을 맞고 역시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NC 김한별도 지난 4일 오른쪽 손가락을 맞았다. 다행히 골절은 피했지만, 최소 2주는 실전에 나서지 못한다.

5월 들어 22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벌써 23차례 사구가 나왔다. 어깨, 팔꿈치, 손등, 손가락 등 높은 공이 빗나가면서 나온 사구가 그중 16차례다.

ABS 존 불만, ‘선수 보호’가 또 다른 이유 될까

ABS의 높은 존 판정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적지 않다. ‘칠 수 없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ABS 찬성파로 꼽히는 염경엽 LG 감독도 최근 인터뷰에서 “높은 존은 좀 조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ABS의 높은 존이 정말 사구 증가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면, 이는 ‘융통성 있는 존 조정’을 위한 또 다른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선수 보호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말처럼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한 관계자는 “지금보다 더 존을 좁히면 경기는 언제 끝나느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타고투저 시즌인데 존까지 좁히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ABS의 직사각형 존이 야구 규정에는 보다 가깝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해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람이 심판을 볼 때는 상하좌우 네 모서리로 들어오는 공을 잡아내지 못하지만, 기계는 사각형 존을 정확하게 잡아낸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편차를 없애서 양 팀이 똑같은 판정을 받도록 하자는 게 ABS의 주 목적”이라고 말했다. 직사각형 존을 ABS의 장점 중 하나로 설명한 셈이다. 과거 사람의 착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용됐던 ‘타원형’ 존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기존 야구 규정에는 부합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투수들의 불만도 나올 수 있다. B구단 한 타자는 “존을 깎아낸다면 우리야 좋겠지만, 투수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룰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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