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사구, 연이은 부상 이탈··· 6년 만의 800 사구 페이스, 문제는 ABS?

입력
2024.05.08 15:26
수정
2024.05.08 15:26


KBO 10개 구단이 합계 180경기를 치른 7일 현재 모두 212개의 몸에 맞는 공(사구)이 나왔다. 지난 시즌 181경기를 치른 5월 18일(181개)과 비교하면 대략 17%가 늘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 시즌 사구는 848개다. 2018시즌 860개 이후 최다다. 2019시즌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은 사구 800개 시즌도 없었다. 지난 시즌은 696개로 700개가 채 되지 않았다.

갑자기 사구가 늘어난 원인으로 추측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타고투저’다. 올 시즌 현재까지 나온 홈런이 모두 339개, 지난 시즌 같은 기간 221개에 비해 100개 이상 늘었다. 통상 타고 시즌이면 사구도 증가한다. 타자들을 이겨내기 위해 몸쪽 승부가 잦아지고 그만큼 사구도 많아진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547홈런이 쏟아졌던 2017시즌, 953개의 사구가 나왔다. KBO 역대 최다 사구 시즌이다. 1756홈런으로 그보다 더했던 2018시즌에도 860개의 사구가 나왔다. 한 시즌 역대 세 번째 사구 기록이다. 홈런과 사구는 대체로 비례한다. 투고타저로 흐름이 바뀐 지난 5년간 사구가 적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몸에 맞는 공 17% 늘었다··· 타고투저? ABS?


또 하나 생각해볼 게 있다. 올 시즌 세계 최초로 도입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다. ABS를 도입하면서 KBO는 스트라이크 존 좌우 기준을 2㎝씩 확대했다. 마이너리그 사례를 참고했다. 여기에 더해 높은 존 판정도 이전보다 후해졌다는 평가다. 좌우로 존이 커지고, 높은 쪽 공도 잘 잡아주니 몸쪽 높은 공은 핫 코너가 됐다. A 구단 한 타자는 “예전 같으면 안 잡아줄 공이 이제는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가 되니까 아무래도 몸쪽 높은 공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투수에게도, 타자에게도 올 시즌 몸쪽 높은 공은 생존을 위한 화두다.

몸쪽 높은 공이 매번 완벽하게 제구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살짝만 제구가 흔들려도 타자의 손이나 팔꿈치, 어깨로 공이 향한다. 장기 부상으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 부위다. 올 시즌 벌써 세 명이나 몸쪽 높은 사구로 부상 이탈했다. SSG 김성현이 지난달 21일 왼쪽 손목에 공을 맞고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같은 팀 신인 박지환도 지난달 30일 왼쪽 손등을 맞고 역시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NC 김한별도 지난 4일 오른쪽 손가락을 맞았다. 다행히 골절은 피했지만, 최소 2주는 실전에 나서지 못한다.

5월 들어 22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벌써 23차례 사구가 나왔다. 어깨, 팔꿈치, 손등, 손가락 등 높은 공이 빗나가면서 나온 사구가 그중 16차례다. KBO 한 감독은 “구종 때문에라도 사구가 더 나올 수 있다. 이를테면 좌투수가 우타자 상대로 높은 쪽 커터를 던지는 경우가 그렇다. 자연스럽게 공이 타자 쪽으로 붙기 때문에 사구가 나오기 쉽다”고 했다.



ABS 존 불만, ‘선수 보호’가 또 다른 이유 될까


ABS의 높은 존 판정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적지 않다. ‘칠 수 없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ABS 찬성파로 꼽히는 염경엽 LG 감독도 최근 인터뷰에서 “높은 존은 좀 조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ABS의 높은 존이 정말 사구 증가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면, 이는 ‘융통성 있는 존 조정’을 위한 또 다른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선수 보호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말처럼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한 관계자는 “지금보다 더 존을 좁히면 경기는 언제 끝나느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타고투저 시즌인데 존까지 좁히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모두가 같은 조건인 ABS라고 하지만, 선수마다 또 구단마다 적응도가 현재로선 달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엇갈릴 수 있다.

ABS의 직사각형 존이 야구 규정에는 보다 가깝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해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람이 심판을 볼 때는 상하좌우 네 모서리로 들어오는 공을 잡아내지 못하지만, 기계는 사각형 존을 정확하게 잡아낸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편차를 없애서 양 팀이 똑같은 판정을 받도록 하자는 게 ABS의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직사각형 존을 ABS의 장점 중 하나로 설명한 셈이다. 과거 사람의 착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용됐던 ‘타원형’ 존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기존 야구 규정에는 부합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투수들의 불만도 나올 수 있다. B 구단 한 타자는 “존을 깎아낸다면 우리야 좋겠지만, 투수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룰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키톡 새로고침
로그인 후 스포키톡을 남길 수 있어요!
첫 번째 스포키톡을 남겨주세요.
실시간 인기 키워드
  • 손흥민 10골 10도움 달성
  • 맨시티 리그 4연패
  • 클롭 고별전
  • 젠지 MSI 우승
  • U-17 여자 대표팀 월드컵 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