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14번째 완투, 대투수의 자존심 “편견을 깨고 싶다”[스경x인터뷰]

입력
2024.05.02 12:30
수정
2024.05.02 12:30


양현종(36·KIA)은 지난해 10월11일 광주 키움전에서 8회까지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을 했다. KIA는 11-0으로 여유있게 앞서고 있었다. 완봉승에 도전할 기회였다. 투구 수는 97개. 앞서 110개 이상도 수 차례 던졌었기에 9회 다시 등판하려 했지만 양현종은 교체됐다. 시즌 말미인 데다 베테랑 투수 양현종을 ‘처음’도 아닌 기록에 무리시키고 싶지 않으려는 코칭스태프의 결정이었다.

이후 양현종은 “시즌을 마치고 겨울에, 생각할수록 그 경기가 정말 많이 아쉬웠다”고 했다.

양현종이 완봉승 기회를 눈앞에서 포기한 지난해, KBO리그에는 완봉승이 나오지 않았다. 완투는 두 번 나왔다. 삼성 데이비드 뷰캐넌과 SSG 오원석이 했다. 오원석의 완투는 7이닝(강우콜드)짜리였다. 9이닝 완투승을 가져간 국내 투수가 없었던 시즌이었다.



올해 개막 한 달 만에 완투승이 나왔다. 국내 투수, KBO 에이스 양현종이 했다.

양현종은 지난 1일 광주 KT전에서 9이닝 동안 101개를 던지고 8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을 해 KIA의 9-1 승리를 이끌고 완투승을 거뒀다. 올시즌 KBO리그 첫 완투이자 2년 만에 나온 국내 투수의 9이닝 완투였다.

양현종은 “한 번쯤은 하고 싶었다. 작년에도 완봉 기회가 있었는데 끊어져서 미련이 있었고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작년에 완투를 한 투수가 나오질 않으면서 나뿐 아니라 국내 투수들이 여러가지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은 것이 많이 아쉬웠다. 시즌 초반이지만 완투할 수 있어 기쁘고 더 많은 완투승 투수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5년 만에 완투를 했다. 2019년 9월11일 사직 롯데전에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이후 처음이다. 당시까지 양현종은 10년 동안 13번 완투를 했고 그 중 8번 승리했다. 8번의 완투승 중 4번은 완봉승이었다. 한국시리즈 최초의 1-0 완봉승을 이끌었던 2017년 한국시리즈 2차전의 완투는 전성기 양현종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양현종은 빠른 공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면서 좌우 타자에 따라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힘 있고 정확하게 던져 8~9이닝까지도 안정적으로 소화해내는 투수였다.



이후 4년 동안 완투 공백이 있었다. 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9년 연속 170이닝 이상씩 꼬박꼬박 던지고 있지만 꽤 많은 점수를 내주는 경기도 있고, 5~6회 사이 내려오는 경기도 잦아졌다. 30대 중반으로 넘어간 나이에 시선이 쏠리기 일쑤였다. 지난 시즌 완봉승 기회를 눈앞에 두고 8회에 등판을 마쳐야 했던 이유와도 통한다.

그러나 5년 만에 양현종은 다시 완투를 해냈다. 지금 양현종의 공은 5년 전만큼 빠르고 강하진 않다. 그러나 경험을 앞세운 노련한 투구로 개막 한 달 만에 그리고 외국인 투수를 통틀어서도 첫 완투를 해내며 여전히 살아있는 에이스의 힘을, 자존심을 보여주었다.

양현종은 “항상 주변에서도, 팀내에서도 이제 조금은 나이가 많이 들었고 구위가 떨어졌으니 몸 관리를 해줘야 된다고 얘기하는데 (완투로) 그 편견을 조금 깬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아직도 내 공에 자신이 있다. 상대와 싸울 자신이 있기 때문에 오늘 경기는 여러 가지 의미가 많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IA는 지난주 격렬한 불펜전을 치렀다. 양현종의 이날 완투는 KIA 마운드에 대단히 큰 힘이 됐다. 양현종은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시 완투를 약속한다.

양현종은 “타이트한 게임에서는 중간 투수를 믿고 내려오는 게 당연하지만 이런 경기에서는 팀 성적에 무리 안 가는 상황에서 욕심도 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오고 팀이 여유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또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최종목표인 170이닝을 던지기 위해 조금씩 쌓아야 나중에 조급해지지 않고 여유있게 그런 뜻깊은 기록(10년 연속)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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