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발 대형 악재 맞은 두산, 무거운 더그아웃 공기 속에서도 분위기 다잡는 선수들 “그라운드 위에선 똑같이 플레이 해야”

입력
2024.04.23 16:41
수정
2024.04.23 16:41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시즌 초 부진에 허덕이는 두산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두산에서만 16시즌을 뛴 전 프로야구선수 오재원의 강요로 소속 현역 선수 8명이 수면제를 대리 처방 받아 전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수면제 대리 처방은 법적 처벌 대상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까지 처할 수 있다. 구단은 향후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기소까지 된다면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KBO도 비슷한 입장이다.

두산 선수들은 23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담담하게 평소 하던 훈련을 했다. 외야 한편에서 둥글게 모여 분위기를 다잡는 모습도 포착됐다. 베테랑 선수 A는 “평소처럼 하자는 얘기를 했다. 짚을 건 짚어야 하겠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다를 것 없이 플레이를 해야 한다.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무거운 공기가 더그아웃에 감돌았다. 돌발 악재에 선수단 동요를 최소화하는 것이 지금 두산에 최우선으로 필요한 과제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굳은 표정으로 “야구계에 이런 일이 벌어져 우선 안타깝다”며 “우리 선수들이 거기에 걸려 있다는 게 안타깝다.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박흥식) 수석코치 주도로 미팅을 했다. 이후 문제는 구단에서 수습할 것이고, 저희는 팬분들이 경기장에 오시는 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드려야 한다”면서 “그쪽은 그쪽, 이쪽은 이쪽이기 때문에 경기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수면제 대리 처방 과정에서 오재원의 강요와 협박이 있었다는 데 대해 이 감독은 “모든 야구계 선배들의 잘못이다”라며 “선배의 잘못으로 후배들이 그렇게 됐다. 저 역시 야구계 선배이기 때문에 후배 선수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대리 처방에 연루된 선수들에 대한 후속 조치가 어떻게 취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법적 처분이 이뤄진다 해도 선수들마다 다를 수 있다. 선수 중 일부는 수십 차례에 걸쳐 대리 처방을 받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연루된 선수들 가운데 다수는 2군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구성으로만 따진다면 향후 출전 정지 등 징계가 내려진다 해도 전력 약화는 최소한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선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타격은 예단할 수 없다. 두산 관계자는 “선수들도 사람인 이상 심리적인 영향은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감독은 ‘연루된 선수 중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도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현재로선 자세히 알 수 없다. 경기를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는 아직 이야기를 들은 게 없다”고 답했다.

오재원은 2003 신인 드래프트 때 두산에 입단해 2021년까지 한 팀에서 뛰었다. 2015년과 2018~2021년 주장을 맡았다. 주장으로 있던 시기 팀은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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