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은퇴식까지 열어주며 ‘레전드’ 대우받은 오재원, 이제는 두산 팬들에게도 ‘금지어’가 됐다

입력
2024.04.23 14:17
수정
2024.04.23 14:17


오재원(39)은 두산 현역 시절 나머지 9개 구단 팬들에게 밉상이었다. 비신사적인 플레이도 많았고, 거친 욕설로 인해 비난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두산 팬들에겐 빠른 발과 야구 센스, 넓은 수비 범위를 가진 ‘투지 넘치는 선수’로 기억됐다. 선수단 주장도 오랜 기간 맡았고, 2015년과 2019년엔 주장 자격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통산 1570경기를 뛰며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289도루로 개인 기록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원클럽맨’이었던 오재원에 대해 두산은 2022년 10월8일 성대한 은퇴식까지 열어줬다.

그러나 두산 팬들에게도 오재원은 이제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금지어’가 됐다. 필로폰 투약 및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마약사범이 된 것도 모자라 후배들을 협박해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을 대리 처방하는 불법 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재원 때문에 두산 후배 선수들은 사법기관의 조사까지 받는 처지에 놓였다. 오재원은 이제 친정팀을 쑥대밭으로 만든 부끄러운 역사가 되어버렸다.

23일 KBO 등에 따르면 두산은 소속 선수 8명이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오재원에게 건넨 사실을 2주 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두산은 오재원 문제가 불거진 3월 말쯤 자체 조사를 진행해 관련 사실을 파악했으며, 해당 선수들은 현재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 후배 선수들은 오재원의 협박과 강요로 스틸녹스정을 대리 처방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법률 상으로는 그들이 피해자로만 규정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리우의 허성훈 변호사는 “스틸녹스정에는 졸피뎀 성분이 있는데, 졸피뎀은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자기 이름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아 전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면서 “다만 후배 선수들 8명의 사정이 다 다를 것이다. 오재원의 협박이나 강요가 있었다는 증거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처벌 강도도 달라질 것이다. 기소유예부터 벌금형까지 다양한 처벌이 나올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두산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해당 선수들의 1군 말소는 아직이라는 입장이다. 두산 관계자는 “수사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게 되면 1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경기에서 제외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은 22일까지 11승15패로 8위에 그치고 있다. 시즌 초반 좋지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재원의 스틸녹스정 대리 처방 사건까지 터지면서 팀 분위기는 더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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