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수영이 메달을 기대한 종목은 3개다. 남자 자유형 400m와 200m, 그리고 남자 계영 800m다. 수영 경영 종목은 계속 진행되고 한국 선수들의 경기도 남아 있지만 메달을 기대했던 종목의 경기는 모두 끝났다. 한국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김우민(23)의 동메달을 유일하게 수확했다.
김우민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전국체전과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자신의 기록을 확 끌어올리더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400m와 800m, 계영 800m까지 3관왕을 차지하면서 한국 수영 전면에 나섰다.
박태환이 물러나고 한동안 비어있다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황선우가 등장해 새 희망을 품고 있던 한국 수영은 김우민이 튀어나오면서 강한 힘을 받았다. ‘황금세대’라는 말이 그렇게 생겼다.
김우민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수영 종목에서 현재까지 유일한 메달리스트다. 자유형 400m에서 3분42초50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박태환밖에 없던 한국 수영 올림픽 메달리스트 계보에 이름을 추가한 김우민은 이후 출전한 2개 종목에서도 그 존재감을 더욱 강렬하게 남겼다.
큰 기대 없이 나간 자유형 200m에서는 황선우와 함께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올림픽 준결승에 동반 진출했고, 계영 800m에서는 완전한 에이스 역할을 했다.
30일 열린 예선에서는 마지막 영자로 나서, 6위까지 처졌던 한국을 4위로 끌어올렸다. 김우민이 뛴 마지막 200m 구간 기록은 1분45초59로 결승에 오른 8개 팀의 4번 영자 중 프랑스(1분45초22)와 호주(1분45초36)에 이어 세번째로 빨랐다.
31일 열린 결승에서도 사실상 김우민이 한국을 최하위에서 끌어냈다. 첫 영자 양재훈이 9위로 뚝 떨어졌고 두번째 영자 이호준이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달렸지만 9위를 벗어나지 못했을 때 세번째 영자로 나선 김우민이 예선 때처럼 폭발적으로 달렸다. 김우민은 예선 때보다도 빠른 1분44초98에 헤엄쳤다. 결승에서 한국보다 앞선 5개 팀 중에서도 이보다 빨랐던 선수는 1위 영국의 마지막 영자 스캇 던컨(1분43초95)과 2위 미국의 역시 마지막 영자 키어런 스미스밖에 없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총 6개 종목 출전권을 땄으나 김우민은 개인전에는 주종목인 자유형 400m, 그리고 200m만 나갔다. 주종목에 가까운 800m 일정이 계영 800m와 겹치자 포기할만큼 동료들과 같이 하는 단체전에 큰 의미를 뒀다.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탈락한 뒤에도 황선우를 신경쓰며 인터뷰 내내 옆을 지켰고, 계영 800m를 마친 뒤에도 이호준이 울 때 다가가 등을 토닥여줬다.
김우민은 ‘룸메이트’인 황선우에 대해 “400m 동메달 딴 뒤에 (황)선우가 정말 많이 축하를 해줬다. 200m 같이 잘 해보자고 방에서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선우가 준비한만큼 기량이 나오지 못해 마음이 많이 아팠다. 진짜 누구보다 성실히 훈련 소화해내고 파이팅 하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고 황선우의 허망한 상황을 매우 신경쓰고 있다.
성적도, 행동도, 존재감도 2024 파리올림픽을 통해서 김우민은 한국 수영의 에이스로 확실하게 이름을 못박았다.
이제 파리올림픽의 모든 경기를 마친 김우민은 “후련하다. 아쉬움은 물론 있지만 지금은 잊어버릴 때라 생각한다. 한국에 가서 다시 훈련 준비할 때 그런 아쉬움들을 힘으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말 간절했던 메달을 가져서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됐다. 이번 대회 모든 동메달 중에 아마 내 동메달이 가장 값질 것 같다”며 “파리에 와서 몸 관리하고 경기 준비하느라 아직 에펠탑도 못 봤다. 거기부터 가보고 그 뒤에 루브르 박물관 가서 모나리자도 좀 보고 그러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