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1st] "손흥민 기복 있어" 포스테코글루 지적이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

입력
2024.09.20 17:00
수정
2024.09.20 17:00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손흥민은 코번트리시티와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3라운드를 앞두고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부터 비판받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올 시즌 경기력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아직 일관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실명을 거론했다.

손흥민을 저격한 언사는 아니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당시 무수한 비판을 받던 브레넌 존슨을 비롯한 공격진들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하며 그들의 현 상황을 짚었다. "도미닉 솔랑케는 (자신의 100%를) 분명 보여주지 못했고, 히샤를리송은 뛰지도 못했다"며 "존슨과 윌손 오도베르 같은 다른 선수들은 성장 가능성이 다분하다. 티모 베르너는 출장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공격력이 더 나아질 거라 자신했다.

손흥민을 거론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다. 손흥민이 현재 경기력과 별개로 더 좋은 수준의 선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아직까지 최고의 수준을 계속해서 보여주지 못했다고 설명했을 거라는 추측이다.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왼쪽), 손흥민(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손흥민의 부진이 손흥민 개인 책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해당 발언은 다소 경솔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왼쪽 윙어로 나서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축구에서 윙어의 역할은 상대 센터백과 풀백 사이로 침투할 중앙 미드필더 혹은 풀백을 지원하는 역할에 가깝다. 손흥민은 자유롭게 슈팅을 가져갈 때 가장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으며, 패스와 상대 수비 고정에 치중하는 건 주특기가 아니다. 이러한 역할과 마음껏 슈팅할 수 있는 환경이 공존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현재 토트넘 축구는 윙어가 측면만 점하는 방식으로 고착화됐다.

손흥민이 설령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로 가더라도 상대 골문을 마주보는 일명 '존 14(Zone 14)'에 가깝게 가는 게 아닌 페널티박스 옆쪽으로 돌아들어가는 형태에 가깝다. 이 경우 슈팅보다는 컷백을 시도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 지역에서 슈팅하더라도 골문을 마주볼 때보다 득점할 확률이 줄어드는 건 당연지사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할 만큼 슈팅에 정평이 난 선수다. 최상의 공격진을 조합한 마우리치오 포체티노 감독, 손흥민의 전성기를 함께한 주제 무리뉴 감독과 첫 시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손흥민에게 역습에 역점을 두어 편안하게 슈팅할 환경을 만들어 토트넘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 초기 승승장구한 배경에도 손흥민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자유도를 부여받았다는 측면이 있다.주제 무리뉴 감독(왼쪽)과 손흥민(이상 당시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지금은 손흥민의 역할이 측면 점유로 고착화됐다. 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전술 전체적인 문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공격 진영에 최대한 많은 숫자를 두기를 원하는데, 윙어가 상대 풀백을 끌어당기고 그 사이로 미드필더나 풀백이 침투하는 패턴으로만 공격을 전개한다. 물론 측면에서 위치를 서로 바꾸는 등의 변화는 있지만, 측면과 연계되는 중앙에서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좋은 득점 기회가 나오기 힘들다.

이러한 전술은 필연적으로 역습에 취약한 구조를 낳는다. 공격 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풀백과 미드필더를 모두 전방에 투입시키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후방이 부실해진다. 상대 입장에서는 잘 웅크리고 있다가 효율적인 역습 전개 혹은 세트피스 한 방을 통해 승리를 가져오기 수월하다. 전자는 뉴캐슬유나이티드가, 후자는 아스널이 실현한 승리 방식이다.

단순히 강팀만이 아니라 약팀도 토트넘 공략법을 알고 있다. 리그컵에서 마주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의 코번트리는 전반에 효율적인 역습을 펼친 걸 넘어 후반에는 아예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격적인 압박을 통해 토트넘 공을 탈취하고 골문 앞까지 전진하는 형태로 토트넘을 위협했다. 그 결과 선제골까지 성공시켰고, 후반 막판까지 토트넘을 빈사 상태로 만들었다. 코번트리의 아쉬운 결정력, 토트넘 수비진의 헌신, 두 팀의 체력 차이가 아니었다면 토트넘이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허점이 많은 세트피스 수비, 역습에 취약한 공격 구조 등 자신의 전술적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을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고수해왔다. 그것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게 밝혀진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선수들의 폼은 개인 기량 문제보다 전술적 지시의 한계로 인한 측면이 강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토트넘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저작권자 Copyright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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