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울산HD에 이어 다시 한 번 평균연령이 높은 팀을 구성했다. 결과는 무조건 잡고, 이들에 대한 실험기간을 최소화하면서 대안이 될 만한 후배까지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 첫발부터 잘못 디디면서 계획은 점점 꼬이고 있다.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 한국이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 '재데뷔'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23위인 한국은 96위 팔레스타인보다 몇 수 위인 선수단을 갖고 있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홍 감독은 최근까지 맡은 울산에서도 평균연령이 높고 노장 비율이 높은 대신 경기운영 능력이 좋은 팀을 꾸렸다. 경기 막판 흐름을 잃었을 때 벤치 앞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선수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물러나 지켜보는 쪽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소집 명단 26명 중 최고령 트리오 세 명이 모두 팔레스타인전 선발로 나섰다. 35세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 34세 센터백 김영권과 스트라이커 주민규다. 33세 조현우는 골키퍼라 나이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30대 선수가 선발 11명 중 6명이나 됐다. 2선에는 32세 손흥민과 이재성도 있었다. 교체 투입된 선수 중 30대는 31세 레프트백 이명재 하나였다. 이번 선수단을 통틀어 30대가 9명이었던 걸 감안하면 그 중 7명을 투입하면서 노장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확인시켰다. 뛰지 못한 나머지 30대 두 명은 정승현과 박용우인데 각각 더 선배인 김영권, 정우영과 포지션이 겹친다.
지금은 3차 예선 통과도 중요하지만 월드컵 본선을 위한 대표팀을 즉시 구성하기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 홍 감독이 처음 대표팀을 맡았던 2014년 당시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만 2년이 되지 않는 기간에 불과하다.
즉시전력감이면서 월드컵 본선까지 활용할 수 있는 연령대의 선수가 최선이다. 정우영과 김영권이 앞으로 2년 동안 기량을 잘 유지하거나 오히려 신체능력이 반등할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경기력이 떨어질 가능성 역시 존재하는 만큼 이들을 주전으로 기용하기 시작한다면 그들의 가치를 빠르게 확인하고, 대안을 찾아 확인하는 작업까지 이어가야 한다. 즉 전성기 나이의 선수에 비해 노장을 기용했을 때 해당 포지션의 월드컵 로드맵이 더 복잡해진다.
그런데 홍 감독이 생각하는 최선의 라인업을 위해 노장들을 포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놓치면서, 계획은 더 헝클어지게 생겼다. 코칭 스태프가 생각하는 해당 포지션 최고 선수들을 당장 내칠 수는 없다. 정우영, 김영권에게도 앞으로 기회가 가야 한다. 그러면 그 대안을 복수로 마련하는 작업까지 하기엔 시간이 빠듯하다.
특히 김영권, 정우영을 기용하면서 의도했던 후방의 안정감과 원활한 빌드업조차 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기용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예 확인하지 못한 셈이 됐다. 그동안은 두 선수에 못지않은 빌드업 능력과 기동력을 겸비한 김민재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많이 받쳐주는 경기들도 있었지만 팔레스타인전은 김민재도 공수 양면에서 컨디션이 나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홍 감독은 현재와 2026년 여름을 아울러 고려하며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고, 매 선택마다 다음 판단을 위한 근거가 남아야 한다. 팔레스타인전은 경기 후에도 많은 게 남은 경기는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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