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 실패·산발적 야유·정몽규 나가…상암은 더이상 홈구장이 아니다, 축구협회가 변하지 않는 한

입력
2024.09.06 11:59
수정
2024.09.06 11:59
대한축구협회 비판 걸개를 내건 한국 축구팬들. 서형권 기자팔레스타인전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홍명보 감독이 전광판에 비칠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고, 이따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나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러 팔레스타인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은 평소 A매치와 달리 곳곳에 빈자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축구협회 행태에 대한 여론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국 축구팬은 6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떠난 후 임시 감독 체제로 대표팀이 흔들리던 상황에서도 3월 A매치와 6월 A매치 홈경기는 전석 매진을 이뤘다. 그때만 해도 정식 감독이 선임되면 대표팀이 달라질 수 있으리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감독이 7월 선임된 이후에는 여론이 축구협회에 완전히 등을 돌렸고, 이러한 시류가 매진 실패로 이어졌다.

경기 내내 한국 축구팬들의 분노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킥오프 직전 응원석에서는 '한국 축구의 암흑 시대', '일진놀이 몽규, 협회는 삼류', 선수는 1류, 협회장은?' 등 강력한 문구가 담긴 걸개가 여럿 등장했다. "정몽규 나가"라는 정 회장 퇴진 요구 구호도 터져나왔고, 홍 감독이 전광판에 등장하자 야유가 쏟아졌다.

경기 중에도 분위기는 살벌했다. 물론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펼칠 때마다 환호성과 응원이 나왔지만, 팔레스타인이 위협적인 기회를 잡거나 선수들이 좋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주면 곧바로 정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졌다. 홍 감독이 전광판에 비치면 경기 내용과 관계 없이 야유가 흘렀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민재는 경기가 종료된 후 직접 팬을 찾아가 선수들만큼은 응원해달라고 읍소했고,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우리가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해주시는 부분들이 아쉬워서 그런 말씀을 드렸다"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이야기했다. 김민재가 대표했을 뿐 손흥민과 이강인도 야유보다는 응원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팬들에게 부탁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가운데 아래쪽). 서형권 기자

축구협회가 자초한 악순환이다. 감독의 실력을 떠나 공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감독 선임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어떤 축구팬은 보이콧을 선택했고, 어떤 축구팬은 경기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쪽을 선택했다. 축구협회에 우호적인 태도로 경기장을 찾은 팬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경기장에 산발적인 야유와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선수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졌고, 나쁜 경기력과 결과는 축구팬들을 더욱 등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축구협회가 상황을 반전시키지 않는다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더이상 홈구장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축구협회는 숱한 논란에도 자신들의 선택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오만 원정에서도 내용과 결과가 좋지 않다면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더 적은 관중과 더 많은 야유가 있을 것이다. 축구협회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사진= 풋볼리스트<저작권자 Copyright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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