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생각나네"…'류현진 100승 도전' 경기서 '행복 수비' 남발한 한화

입력
2024.04.24 20:53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한때 한화 이글스의 수비를 일컬어 '행복 수비'로 부를 때가 있었다. 한화가 꼴찌를 전전하던 '암흑기' 시절, 형편없는 수비 실책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응원가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른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조롱'과도 같은 말이었다.

그 당시 한화의 에이스 류현진도 '행복 수비'를 제대로 경험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20대 중반의 쌩쌩한 시절에도 한화 수비진의 도움을 받지 못해 쉽게 승을 쌓지 못했다. KBO리그에서의 마지막 시즌이던 2012년엔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하고도 9승9패를 마크했다.

24일 KT 위즈전은, 12년 만에 KBO리그에 돌아온 류현진이 오랜만에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 했다. 류현진이 개인 통산 100승에 도전하는 경기였지만, 동료들은 그를 전혀 도와주지 못했고, 류현진도 버텨내지 못했다.

류현진은 24일 경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전에 선발 등판, 5이닝동안 79구를 던지며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7실점(5자책)을 기록, 시즌 3패(1승)째를 안았다.

류현진이 100승에 도전하는 이날 경기는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직전 등판이던 17일 NC 다이노스전에선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던 그였기에, 이번엔 승리를 기대했다.

출발이 좋았다. 1회초 공격에서 요나단 페라자가 솔로홈런을 터뜨려 리드를 안겨줬다. 류현진이 동료들의 도움을 받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3회 들어 수비가 급격히 흔들렸기 때문이다.

사실 시작은 류현진 본인이었다. 조용호와 김상수에게 연거푸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는데, 류현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후 천성호에게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계속된 1사 1,3루에서 강백호의 타구는 2루수 방면으로 향했다. 타구가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2루수 김태연의 스타트는 늦었고 몸을 던졌지만 잡지 못했다. 3루 주자의 득점으로 1-2 역전을 당한 순간이었다. 기록되진 않았지만 수비가 아쉽게 느껴졌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3루 땅볼을 유도했고, 5-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1루수 채은성의 발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병살타는 취소됐고 류현진은 추가 실점했다. 아웃카운트가 하나 올라갔기에 역시 수비 실책으로 처리되진 않았고, 이는 온전히 류현진의 자책점이 됐다.

류현진은 그래도 침착하게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계속된 4회에 더 큰 시련이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장성우에게 2루타, 황재균에게 희생번트를 내주고 1사 3루가 된 상황, 조용호에게 빗맞은 1루수 방면 타구를 유도했다.

3루 주자가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아웃카운트만 하나 올라가야했지만, 1루수 채은성이 공을 잡은 사이 2루수 김태연의 베이스커버가 늦었다. 내야안타가 되면서 2사 3루가 아닌 1사 1,3루의 위기가 이어졌다.

그 다음 안치영의 타석. 이번에도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2루수 김태연이 유격수 황영묵의 송구를 잡지 못했다. 모든 주자가 살고 3루 주자는 홈을 밟았다.

이쯤되자 류현진도 더 버티지 못했다. 류현진은 김상수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중계 플레이로 1루주자까지 홈을 밟게 했다.

이어진 천성호의 유격수 땅볼 땐 1루수 채은성이 포구하지 못했다. 이 사이 2루 주자 김상수가 홈을 파고 들었고, 김태연이 뒤늦게 성공했지만 세이프였다. 이 때 2루 베이스가 비면서 천성호는 2루까지 향했다.

총체적 난국. 이 이상의 적당한 설명을 찾지 못할 정도로, 이날 한화의 수비는 '최악'이었다. 류현진이 아니라 어떤 투수가 와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비진은 사실상 'X맨' 역할을 했다.



한화 벤치의 선수 기용도 이해가 어려웠다. 한화는 이날 수비 강화를 위해 중견수로 김강민, 포수엔 이재원을 기용했는데, 그러면서 2루수엔 김태연을 선발로 냈다. '2루수 김태연'은 이미 여러 차례 수비에서 문제를 보인 적이 있었음에도 고집을 이어갔다.

결국 류현진의 100승 도전 경기의 한화 라인업은, 수비 강화도, 공격 편중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결과만 낳았다.

이날 한화의 경기력은 의미심장하다. 시즌 초반 선두에 나서며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는 최근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는데, 이런 가운데 한화 '암흑기'의 상징과도 같은 '행복 수비' 퍼레이드가 나왔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100승은 여전히 기회가 많다. 언제든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 믿었던 한화의 올 시즌은 그렇지 않다. 이런 경기력으론, 상위권이 아니라 또 한 번의 '10위'를 걱정하는 게 합당해 보일 정도다.
스포키톡 2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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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ru72
    에궁.. 그냥 메이저에서 버티다 은퇴하고 돌아올게지.. 이 수모를 ㅉㅉ
    8일 전
  • 마이크트라웃
    메이저 진출 전하고 수비가 바뀌지 않았어...답답하겠다..류현진
    9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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