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구위형' 외국인 선수를 찾아 나섰다.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에서는 상대를 압도할 만한 빠른 공을 가진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선택된 선수가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였다.
두 선수 모두 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앤더슨은 포심과 슬라이더, 그리고 경기 운영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메디나는 투심의 위력이 호평을 받으며 KIA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한국 생활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모두 아쉬운 대목이 있었고, 성적이 급한 KIA는 시즌 중반 일찌감치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모두 바꾸며 승부수를 걸었다.
메디다는 제구와 경기 운영 모두가 불안했다. 기복도 심했다.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전형적으로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한 케이스였다. 시즌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05를 기록하고 짐을 쌌다. 시즌 초반 든든한 이닝 소화로 호평을 받기도 했던 앤더슨은 구종의 단순함이라는 약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시즌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76의 성적은 더 지켜볼 여지가 있었으나 새 투수의 장점이 더 크다고 봤다.
그렇게 두 선수는 한국에서 퇴출된 뒤 미국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섰다. 앤더슨은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메디나는 워싱턴과 각각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트리플A 무대에서 활약했고, 이중 앤더슨은 16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팀의 부름을 받았다. KIA가 선수 보는 눈은 그렇게 틀리지 않았는데, 어쩌면 재수가 없었던 셈이었을 수도 있다.
앤더슨은 올해 트리플A 4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가 21⅓이닝을 던지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53의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피안타율은 0.228,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03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앤더슨이 뛴 무대가 극단적인 타고투저인 퍼시픽코스트리그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평가를 받기 충분한 기록이었다. 결국 최근 선발 투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로테이션에 펑크가 큰 텍사스는 앤더슨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텍사스는 유망주 투수이나 아직 메이저리그 적응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 잭 라이터를 트리플A로 내려보내고 그 대신 앤더슨을 콜업했다. 앤더슨은 40인 로스터에 없는 선수라 누군가 하나가 빠져야 했는데 텍사스는 허리 부상으로 재활 중인 맥스 슈어저를 60일 부상자 명단에 보내면서 40인 로스터 한 자리를 비우고 그 자리에 앤더슨을 넣었다.
앤더슨은 201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미네소타·볼티모어·샌디에이고·토론토를 거쳤다. 짧은 시간 내에 여러 팀을 옮겨 다녔다. 메이저리그 통산 63경기(선발 16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5.84를 기록했다. 2022년 토론토에서 1경기에 출전한 게 마지막 메이저리그 경력이다. 다시 텍사스에서 기회를 잡았고, 극적인 자리 잡기가 가능할지도 관심사다.
메디나의 활약 또한 좋다. 메디나는 올해 불펜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구단 산하 트리플A팀에서 13경기에 나가 19이닝을 던지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42로 좋은 활약을 했다. 1이닝 이상을 던지는 멀티이닝 릴리버로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현재 성적을 이어 간다면 워싱턴의 팀 사정을 고려할 때 올 시즌 내 콜업도 가능해 보이는 수치다.
2년간 모두 대체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좌완 토마스 파노니 또한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현재 메이저리그 콜업을 위해 뛰고 있다. 트리플A 9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9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는 등 만약 메이저리그 팀에서 선발 자리에 결원이 생기면 콜업 1순위가 될 수 있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