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닝 1위’ 선발진···불펜 뎁스 열세 속 롯데의 밸런스 게임

입력
2024.05.06 19:34
수정
2024.05.06 19:34


프로야구 롯데는 최근 3연승으로 반등 흐름을 탔지만, 6일 현재 승률 0.333(11승1무22패)로 아직은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바닥권 팀들이 흔히 안고 가는 세부기록과는 다른 몇몇 지표가 보인다. 그중 하나는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의 평균 이닝이다.

롯데는 개막 이후 선발투수가 가장 길게 던지면서 불펜 투수들의 이닝 수는 적었다. 선발진이 경기당 평균 5.1이닝을 던졌다. 개막 이후 각종 마운드 지표에서 1위를 기록 중인 NC와 함께 선발투수들의 이닝 소화력이 가장 좋았다.

불펜진의 이닝 부담은 그만큼 줄었다. 롯데는 34경기를 벌이면서 불펜 이닝이 113.1이닝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팀별 경기 수가 많게는 3경기까지 차이 나지만, 어떤 기준으로도 롯데는 불펜 이닝 수가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불펜 최다 이닝 팀인 SSG(156.1이닝)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롯데는 개막 이후 10개 구단 중 가장 험난한 길을 걸었다. 그런데 선발 투수들은 이닝 수만 보자면 평탄해 보인다. ‘이닝 이터’의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롯데만의 유별난 지표를 긍정과 부정 중 한쪽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롯데의 레이스가 향후 어느 쪽으로 흐르든 현재까지 투수 이닝 지표는 올해의 롯데를 설명하고 전망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현재 롯데 선발진의 올시즌 평균자책은 5.14로 8위로 처져있다. 선발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역시 1.51로 공동 7위로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선발투수들은 등판할 때마다 오랜 이닝 마운드를 지켰다.



선발투수 중 극강 모드를 보인 선수는 없었지만, 대부분이 선발로 근근이 이닝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 던졌다. 5선발 이인복이 5경기 2패 평균자책 7.46으로 지난주 2군으로 내려간 가운데 윌커슨과 반즈. 박세웅, 나균안은 ‘치명상’을 입을 만큼의 부진은 없었다. 다만 박세웅이 평균자책 4.03으로 팀내 1위(전체 12위)일 만큼 선발진 각각의 세부 지표는 크게 내세울 것이 없었다.

롯데 벤치 시선에서는 선발을 조기 강판하고 승부를 걸 상황이 비교적 많지 않았다는 뜻. 돌려 보면 선발투수를 서둘러 내리고 승부를 걸 타이밍에도 믿고 맏길 ‘믿을맨’이 적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롯데는 개막 이후 불펜 운용이 계산에서 어긋나면서 고전했다.

셋업맨 가운데 종전 넘버1 카드이던 구승민이 9경기 평균자책 21.94로 2군을 들락거리면서 핵심 구상에서 벗어났고,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이적 선수 중 한명인 한현희 역시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최근 2차례 등판에서야 회복세를 보였다. 시즌 6세이브의 마무리 김원중을 제외하면 최준용이 최우선 불펜요원으로 버텨준 가운데 신인 전미르가 최준용(17.2이닝)에 이어 팀내 불펜 이닝 2위(16.1이닝)를 기록할 만큼 롯데는 올시즌 기존 불펜 자원을 당초 계산대로 살리지 못했다.



긍정과 부정 신호가 이 대목에서 혼재한다. 롯데는 선발진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피칭으로 버텨준 덕분에 불펜진에 극단적인 부하가 걸리는 상황은 피했다. 그러나 현재 승률로 불펜 이닝 수가 전체 최소인 것 또한 정상적인 흐름은 아니다. 선발진의 평균자책과 WHIP 등 실질 지표들이 극적은 개선되지 않는다면, 조금 더 긴 이닝을 버텨줄 불펜 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개막 이후 롯데는 역설적인 숫자들을 찍고 있다. 아직은 파란불과 빨란불, 혹은 노란불을 오가는 유동적인 신호들이다. 진짜 승부처인 초여름으로 접어들 즈음, 롯데는 어떤 색깔의 불을 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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