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할 게 없어서"…18개월 쉬고 151㎞? KIA '파이어볼러 원석' 잘 데려왔다

입력
2024.05.05 19:20
 KIA 타이거즈 김도현 ⓒ 광주,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군대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웨이트트레이닝이랑 러닝을 꾸준히 하려고 했거든요."

KIA 타이거즈 우완 김도현(24)은 현재 스피드건에 찍히는 숫자가 낯설다. 김도현은 입대 전까지 최고 구속 147~148㎞를 기록했다. 평균 구속은 140㎞ 초반대로 형성되는 편이었다. 공이 빠르다는 인식은 전혀 없는 투수였고 '파이어볼러'라는 수식어는 먼 이야기 같았다.

김도현은 신일고를 졸업하고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3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경험을 쌓다 2022년 4월 KIA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KIA 이적 직후에는 김도현이 마땅히 1군에 설 자리가 없었고, 그해 8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지난 2월 21일 전역했다. 18개월 동안 체계적으로 야구 훈련이 어려워 큰 공백이 생겼고, 전역하자마자 함평에 있는 KIA 2군 훈련지로 합류해 천천히 시즌을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KIA와 김도현이 구속 변화를 감지한 건 올해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하면서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씩 스피드건에 시속 150㎞가 찍혔다. 김도현에게는 매우 낯선 구속이었다. 김도현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빼어난 변화구 구사 능력으로 직구 구속의 아쉬움을 커버하는 편이었는데, 직구 구속이 올라오면서 모든 구종의 가치가 같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도현은 "분석표를 보면 모든 공이 조금씩 빨라진 것 같다. 구속도 그렇고, 커브는 회전수가 더 많아졌다. 체인지업은 똑같이 던지던 대로 던지는데, 직구 구속이 올라오면서 같이 괜찮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김도현 관련 2군 보고와 투구 영상을 유심히 지켜보다 1군에서 기회를 주기로 결심했다. 김도현은 육성선수 신분이라 5월부터 정식선수 등록이 가능했고, KIA는 지난 3일 김도현을 정식선수로 등록하면서 1군 엔트리에도 올렸다.

이 감독은 "(김)도현이는 2군에서 워낙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위 자체가 좋다. 투수 한 명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퓨처스리그 경기를 챙겨 볼 때도 구위나 모든 면에서 좋았다. 우완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고, 던지는 것을 한번 보고 싶었다"며 베일에 싸인 파이어볼러를 향한 궁금증을 표현했다.

김도현은 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 바로 구원 등판 기회를 얻었다. 0-4로 끌려가던 8회초 4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1이닝 29구 2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022년 7월 29일 광주 SSG전(2이닝 무실점) 이후 644일 만의 1군 등판이었다. 직구(16개) 위주로 던지면서 커브(6개)와 체인지업(7개)을 섞어 던졌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 위력이 있었고, 제구도 잘 이뤄졌다. 무엇보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1㎞, 평균 구속은 149㎞를 찍으면서 KIA 벤치를 놀라게 했다.

이 감독은 "좋은 투수 한 명을 다시 얻은 기분이다. 구위는 퓨처스리그 경기를 진행할 때마다 보내주는데, 늘 보고 있었다. 구속도 퓨처스리그에서 147~148㎞를 유지했고 꾸준했다. 그래서 5월에 맞춰 준비하게 했다. 구위 자체는 좋다고 느꼈고, 어느 자리에서 쓸지는 조금 더 고민해야 한다. 예전에도 구속이 145~147㎞는 나왔는데, 그때는 선발로 던질 때였다. 군대 다녀오면서 체격도 훨씬 좋아졌고, 퓨처스에서 많은 훈련을 하면서 중간 투수로 던지다 보니까 구속이 더 나온 것 같다. 이제는 확실한 보직을 정해주면서 키워야 할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김도현은 복귀 첫 등판과 관련해 "너무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라가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솔직히 친정팀과 맞대결이라 조금 더 집중하면서 던졌던 것 같다. 군대 가기 전까지 최고 구속이 147㎞까진 나왔다. 전역하고 2군에서 던질 때 한번씩 150㎞ 몇 개가 나오긴 했는데, 1군에는 관중도 많고 해서 더 나왔던 것 같다"고 답하며 머쓱해했다. KIA 타이거즈 김도현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김도현은 트레이드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 KIA 타이거즈

머쓱하게 웃은 건 본인도 구속이 갑자기 증가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 힘들어서다. 18개월 동안 군 복무 공백도 있었기 때문. 김도현은 "구속이 그렇게 나와서 나도 가끔씩 놀란다. 군대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웨이트트레이닝이랑 러닝을 꾸준히 하려 했다. 갔다 와서 2군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관리도 많이 해주시면서 도와주셨다. 배려 차원에서 잘해 주신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함평 훈련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다고도 했다. 김도현은 "군대 가기 전과 2군 시스템이 바뀌어 있어서 놀랐다. 살짝 짧고 굵게 훈련한다고 해야 할까. 아침에 나가서 짧게 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셨다. 운동할 때는 운동에만, 경기할 때는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김도현은 키 183㎝, 몸무게 87㎏의 체격 조건을 자랑한다. 요즘 군대 가기 전과 비교해 살이 많이 붙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체격이 좋아지면 자연히 공에 힘이 더 실릴 수 있다.

김도현은 "지금 살이 조금 붙은 것 같고, 근육량도 늘었다. 그런데 내 몸에 대해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살이 붙었다고 하시는데, 나는 똑같은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쨌든 KIA는 한화에 외야수 이진영과 투수 이민우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파이어볼러 원석을 잘 데려왔다고 볼 수 있다. 김도현은 올해는 일단 불펜으로 가능한 많은 경기에 나서면서 자신이 정말 파이어볼러로 가치가 있는지 시험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김도현은 "처음 전역할 때는 9월쯤 1군에 올라오는 게 목표였다. 예상보다 빨리 1군에 올라왔기 때문에 이제는 많은 경기에 등판하는 게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김도현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딱 어울릴 보직을 찾아주려 한다. 이 감독은 "김도현이 전역하고 나온 지 얼마 안 됐다. 올 시즌은 어느 정도 보호하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괜찮으면 내년에는 어떤 보직, 어떤 선수로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KIA 타이거즈 김도현 ⓒ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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