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회장도 뿔났다 "수면제 대리 처방 강요, 반인륜적 불법 행위…시스템 바꿔보겠다"[전문]

입력
2024.04.24 15:07
선수협 회장 김현수.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선수협 회장 김현수도 단단히 뿔났다. 10개 구단 선수들에게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24일 김현수 회장 이름으로 프로야구 선수단 전원에게 24일 오후 안내문을 전달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면제 대리 처방 사건과 관련한 안타까운 마음과 선수들이 이런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다시 한번 주의 하도록 당부했다.

사건은 전 프로야구 선수인 오재원의 마약 혐의, 수면제 대리 처방과 관련해 불거졌다. 지난 22일 오재원이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뛰던 현역 시절, 팀 후배 8명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채널A'를 통해 공개된 오재원과 후배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오재원은 후배에게 '칼로 찌르겠다', '팔을 지져버리겠다'는 협박으로 후배를 압박해 수면제를 대신 처방받게끔 했다.

두산 구단은 22일 "구단 자체 조사를 통해 선수 8명이 과거 오재원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 받아준 사실을 확인했다.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진행했고, 곧바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자진 신고했다. 선수들은 현재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현재 입장을 밝혔다.

8명의 후배 중 A씨는 "오재원은 팀에서 입지가 높은 선배님이고 코치님들도 함부로 못하는 선수였다. 처음에 거절하니 따로 불려나가 정강이를 두세번 맞았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현재 LG 트윈스 소속 선수이자 선수협 회장을 맡고있는 김현수는 24일 안내문에서 "수면제 대리 처방 사건은 선배라는 위치를 이용하여 보복 행위까지 벌인 반인륜적이며 불법을 하게 한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프로 선수인 우리들은 불법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부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등를 떠올려 달라. 한순간에 자신이 쌓은 커리어가 무너질 수 있다. 혼자서 뿌리치기 어렵다면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라. 선수협이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겠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도 위계 질서라는 말 아래, 선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 사례들이 일어난다. 그런 문화가 없어지도록 더 많이 변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선배의 비상식적인 요구는 해서도 받아줘서도 안된다"는 김현수 회장은 "선수협은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다. 선수협은 2022년부터 선수고충처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고문 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도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현수의 선수협 회장 임기는 올해까지다. 하지만 김 회장은 "피해를 받은 선수가 불합리한 상황에 맞설 수 있는 시스템을 활성화 하겠다. 선배들이 변해야 하고, 후배들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선수협에서는 정기 이사회와 퓨처스리그 순회 미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안내하도록 하겠다.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가족을 보호하고, 우리의 그라운드를 지키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고 함께 발전하자"고 덧붙였다.

다음은 선수협 김현수 회장 안내문 전문.

안녕하세요. 프로야구선수 여러분. 선수협회 회장 김현수입니다.

저는 오늘 최근 스포츠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우리 선수들이 어떠한 자세로 선수 생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수면제 대리처방 사건은 선배라는 위치를 이용하여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아 오도록 후배에게 강요하며,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등의 보복 행위를 벌인 반인륜적이며 불법을 하게 한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동안 저희 선수협에서는 음주운전, 불법도박, 폭행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선수들이 모두 사죄하고 책임을 함께 진다는 뜻으로 협회장의 이름으로 대국민 사죄를 해왔습니다. 선수 한 명의 일탈이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고, 프로야구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충분히 봐오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저는 두가지를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여러가지 형태의 불법적인 행위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프로 선수인 우리들에게는 이러한 것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유혹에 노출되었다면 부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떠올려 주면 좋겠습니다. 한순간에 자신이 쌓은 커리어가, 자신의 꿈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일탈이 혼자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유혹을 뿌리치기 바랍니다. 혼자서 뿌리치기 어렵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십시오. 선수협이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이 더 안타깝고 화가나는 것은, 선배의 강압에 의해 후배들이 옳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많이 변화하고 좋아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위계 질서라는 말 아래 선배가 후배를 존중하지 않고 선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우리는 그러한 문화가 없어지도록 더 많이 변해야 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선후배간의 관계와 팀의 분위기를 위해 어느 정도의 질서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이번에 일어난 사건과 같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는 해서도, 받아줘서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선배의 비상식적인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요구를 받았다면 명백하게 선배의 잘못입니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거절하기 힘들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선수협은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입니다. 협회가 우선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선수협은 지난 2022년부터 선수정보시스템을 통해 선수고충처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고한 선수 본인과 협회의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볼 수 없는 비공개 프로그램입니다. 협회는 또한 고문변호사님을 통해 법적으로도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선배의 언어적,정신적 폭행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까지인 저의 선수협 회장 임기동안, 위계가 확실한 선수단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피해를 받고 있는 선수가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상황에 맞설 수 있는 시스템을 활성화하겠습니다.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선배들이 변해야 하고, 후배들도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근절할 수 있습니다.

선수협에서는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이사회와, 퓨처스리그 순회미팅을 통해 선후배 사이에 앞으로는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KBO리그는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많은 팬분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우리들은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을 드리기 위해, 더욱 열심히 리그에 임하고 있습니다.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가족을 보호하고 우리의 그라운드를 지키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고 함께 발전합시다.

리그가 시작된지 이제 막 한달이 지났습니다. 부상 없이 자신이 생각한 시즌 계획대로 흘러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 김현수 올림.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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