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요동쳤다! 보기 드물었던 FA 대어들의 연쇄 이동

입력
2024.04.23 06:00
[점프볼=최창환 기자]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데다 FA 규정상 대어들의 이적이 쉽지 않은 구조다. S급을 얻으려면 그만한 출혈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2년 전 김단비(우리은행)의 이적이 큰 화제를 모았던 WKBL에 이를 뛰어넘는 연쇄 이동이 일어났다. 각 팀들은 손익계산서를 두드리기 바쁘겠지만, 팬들에겐 시즌 못지않게 흥미로운 오프시즌이었다.



박지현이 쏘아 올린 공, 연쇄 이동 신호탄

아산 우리은행

재계약_없음

In_박혜미, 심성영

Out_박지현, 나윤정, 박혜진, 최이샘


내부 FA와 재계약을 못한 유일한 팀이다. 카오스의 시작은 박지현이었다. 우리은행은 재계약을 낙관적으로 바라봤지만, 박지현의 시선은 해외로 향해 있었다. 박지현은 성장과 경험을 이유로 해외리그 도전을 선언했고, 우리은행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박지현을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했다. 박지현은 임의해지 후 유럽 팀과의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자원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던 우리은행으로선 예기치 않은 이탈까지 닥친 셈이었다. 우리은행은 실탄 내에서 박혜진, 최이샘에게 최선의 카드를 제시했으나 과감히 전력 보강에 나선 팀들과의 ‘머니 게임’에서 밀렸다. 박혜미, 심성영을 영입했으나 우리은행의 현실적인 목표는 쓰리핏이 아닌 리빌딩이다. 위성우 감독은 “냉정히 말해 FA 시장에서 졌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다음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라는 말이 있지만, 기둥 하나로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은행은 ‘1옵션’ 위성우 감독 부임 후 맞은 최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미 호화 전력, 보강보다 중요한 건 내실

청주 KB스타즈

재계약_염윤아

In_나윤정

Out_심성영


가장 평온하게 FA 기간을 보낸 팀이다. 2010~2011시즌 데뷔 후 원클럽맨으로 커리어를 쌓아왔던 심성영이 우리은행으로 이적했지만, 주장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염윤아와의 동행은 계속해서 이어갔다. 외부 전력 가운데에는 나윤정을 영입했다. 박지수의 분당경영고 동창이며, 최근 2시즌 동안 급성장한 롤플레이어였다.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는 KB스타즈에 비수를 꽂는 활약도 펼쳤다. KB스타즈는 챔피언결정전 내내 박지수가 집중견제에 시달렸지만, 강이슬의 지원사격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거치며 외곽 공격 보완의 필요성을 느꼈다. 성장세를 보여준 나윤정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라는 게 KB스타즈의 설명이었다. 사실 KB스타즈는 S급을 보강할 필요가 없는 팀이다. 이미 리그 최고의 센터, 슈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내실을 다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쟁자였던 우리은행의 전력이 약해져 ‘우승 아니면 실패’라는 각오로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외부 영입 없었지만…잠재력은 여전히 최고

용인 삼성생명

재계약_김단비

In_없음

Out_신이슬, 박혜미, 김한비(은퇴)


우리은행이 집토끼 단속에 실패했다면, 삼성생명은 2차 협상까지 외부 전력을 영입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팀의 미래 가운데 1명으로 꼽혔던 신이슬과의 재계약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팀 내에 경쟁력을 지닌 유망주가 많은 만큼 선뜻 무리한 투자를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골밑에서 궂은일을 도맡는 자원이 부족한 삼성생명으로선 김단비와 재계약한 것만으로도 출혈을 최소화한 오프시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감독 선임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도 삼성생명이 외부 자원을 영입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신이슬과 박혜미가 이적했지만, 삼성생명은 여전히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가 가장 많은 팀이다.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하상윤 감독이 리빌딩과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 하나, 이 팀은 부상만 조심하면 된다.



하나원큐가 ‘또’ 승자가 될 줄이야

부천 하나원큐

재계약_김단아, 김시온, 양인영

In_진안

Out_없음


모든 선수들이 꺼려했던 몇 년 전 하나원큐의 모습은 잊어도 될 것 같다. 김정은을 영입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FA 시장의 승자가 됐다. 하나원큐는 베테랑 김정은이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 기간 내에 최대치의 성적을 거둬야 하는 팀이다. 이를 위해선 내부 단속, S급 영입 모두가 이뤄져야 하는데 하나원큐는 만만치 않은 미션을 완수했다. 양인영, 김시온 등 내부 FA를 모두 잡았을 뿐만 아니라 리그 최고의 센터(천상계인 박지수는 인간적으로 제외하자) 진안까지 영입했다. 진안과의 협상에서는 혹시 모를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자료를 대만어로 번역하는 정성을 기울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들 가운데 KB스타즈를 제외한 팀들은 전력 손실 요인이 명확했던 만큼, 하나원큐로선 플레이오프 그 이상을 바라보고 맞이하는 시즌이 될 것이다. 물론 보상선수 유출에 대한 계산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인천 신한은행

재계약_김아름

In_신이슬, 최이샘

Out_김소니아, 이혜미(은퇴)


구나단 감독 부임 후 처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 의욕적으로 FA 영입에 나섰다. 김소니아와의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신이슬과 최이샘을 영입하며 로스터를 살찌우는 데에 성공했다. 특히 최이샘은 처음 FA 자격을 취득한 2년 전에도 관심을 표한 자원이었고, 총액 3억 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며 손에 넣었다. 시장가보다 금액이 높았지만, 결국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었다. “이기는 농구를 하고 싶어 했던 (김)소니아는 시즌 초반부터 힘들어했다. FA를 통해 우리 팀에 온 선수도 아니었다. 그래도 꾸준히 제몫을 해왔던 선수들을 영입했고, 이들이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구나단 감독의 말이다. 최이샘은 우리은행 시절 위성우 감독의 지도 속에 국가대표로 성장했고, 신이슬은 30대 후반이 된 이경은 이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다만, 현 시점에서 ‘신한은행의 에이스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아직 물음표가 해결된 로스터는 아니다. 구나단 감독 역시 “변화가 끝난 건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나의 재능을 해운대로’

부산 BNK썸

재계약_안혜지

In_김소니아, 박혜진

Out_진안, 김한별(은퇴)


르브론 제임스는 2010년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할 당시 “나의 재능을 사우스비치로 가져가겠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WKBL에서는 “나의 재능을 해운대로 가져가겠다”로 패러디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은행, 아니 WKBL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혔던 박혜진의 이적은 2년 전 김단비만큼이나 큰 충격을 안긴 소식이었다. 복수의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박혜진은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BNK썸과 계약,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주전 라인업에 무게감을 더한 BNK썸은 진안의 공백도 김소니아로 메웠다. ‘수비는 누가 할까?’라는 의문후보가 따르는 건 사실이지만, 지난 시즌 팀 운영과 관련해 안팎에서 내홍을 겪었던 BNK썸으로선 체질개선을 통한 새 출발을 선언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건 보상선수라는 출혈이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의외의 선수가 이적할 수도 있다”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만큼, BNK썸의 변화 과정은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사진_WKBL 제공
스포키톡 새로고침
로그인 후 스포키톡을 남길 수 있어요!
첫 번째 스포키톡을 남겨주세요.
실시간 인기 키워드
  • KCC 챔피언결정전 4차전 승리
  • SSG 5연속 밀어내기 볼넷
  • 로하스 끝내기 안타
  • 산체스 7이닝 무실점
  • 투헬 감독 김민재 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