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33)이 그라운드 안에서 싸우는 동료들을 말리고 데뷔골을 넣은 샛별을 격려하는 등 바쁜 90분을 보냈다. 1도움을 기록, 핵심 공격수로서 제 몫도 다했다.
토트넘은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AZ알크마르와의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16강 2차전에서 3-1로 이겼다.
원정 1차전서 0-1로 패했던 토트넘은 2차전 완승에 힘입어 1·2차전 합산 스코어 3-2로 역전승,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 팀의 3골에 모두 관여…최다 평점 9점 받아
왼쪽 측면 공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은 골을 넣지는 못했으나 1도움을 포함 직간접적으로 3골에 모두 관여하면서 승리에 기여했다.
손흥민은 전반 26분 전방 압박으로 알크마르의 실수를 유발, 윌슨 오도베르의 값진 선제골을 끌어냈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이 "좋은 압박으로 귀중한 골의 시작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을 만큼 의미 있는 활약이었다.
이어 후반 3분에는 반 박자 빠른 패스로 제임스 매디슨의 득점을 직접 도왔고, 후반 29분에는 제드 스펜스와 함께 절묘한 호흡으로 왼쪽 측면을 돌파했고 여기서 만들어진 찬스는 도미닉 솔란케의 터치를 거쳐 오도베르의 추가골이자 결승골이 됐다.
또 다른 매체 '런던이브닝스탠다드'는 손흥민에게 "주장다운 모습으로 3골 모두 관여했다"면서 최고 평점인 9점을 부여했다.

◇ 서로 차겠다던 동료 화해시키고 젊은 공격수에겐 '엄지'
손흥민의 활약은 경기 외적으로도 이어졌다.
손흥민은 전반 막판 페널티 박스 앞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매디슨과 페드로 포로가 서로 프리킥을 맡겠다며 말다툼을 벌였다.
다툼이 꽤 길어져 자칫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던 순간, 주장 손흥민이 다가와 포로를 진정시키고 상세히 설명하며 사태를 해결했다.
손흥민은 이후 매디슨의 추가골 당시 매디슨과 포로를 양손에 끌어안고 함께 포옹하며 한 번 더 둘을 화해시켰다.
토트넘은 위기를 잘 극복하고 다시 분위기를 살려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이뿐 아니다. 2001년생 젊은 공격수 오도베르의 토트넘 데뷔골을 축하하며 팀 전체의 분위기도 끌어올렸다.
오도베르는 '손흥민의 후계자'라는 큰 기대를 안고 토트넘에 합류했지만 부상과 컨디션 관리 실패 등으로 부진했는데, 이날 가장 중요한 순간 토트넘 입단 1·2호골을 터뜨리며 영웅이 됐다.
손흥민은 오도베르를 번쩍 안아 들어 올리며 축하해주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가장 먼저 다가가 대화를 나누는 등 팀의 미래를 이끌 젊은 선수의 데뷔골을 진심으로 반겼다.
일부 현지 매체에서는 손흥민이 주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고, 그로 인해 팀이 흔들린다며 손흥민을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손흥민은 선수이자 주장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임무들을 완벽하게 수행, 팀의 극적 역전극을 이끌며 우려를 불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