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탈 맨유 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안토니(25, 레알 베티스)가 스페인 무대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안토니는 지난겨울 이적 시장에서 레알 베티스로 임대를 떠난 뒤, 연이은 맹활약을 펼치며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플레이는 단순한 반등이 아닌, 커리어를 다시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레알 베티스는 17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의 에스타디오 베니토 비야마린에서 열린 2024-2025시즌 라리가 24라운드 경기에서 레알 소시에다드를 3-0으로 완파했다. 이 승리로 베티스는 리그 8위로 도약하며 유럽 대항전 진출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안토니는 이날 경기에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후반 6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가 걷어낸 공을 박스 안에서 잡아 환상적인 왼발 발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후 후반 24분, 오른쪽 측면에서 마르크 로카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 추가골을 도우며 경기 최우수 선수(MOTM)로 선정됐다.

이로써 안토니는 최근 리그 3경기 연속 MVP를 차지하며 완벽한 반등을 보여주고 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기회 창출 4회, 터치 85회, 패스 성공률 85%(56/66), 페널티킥 유도 1회, 박스 안 터치 9회, 공격 지역 패스 7회를 기록하며 경기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실 안토니의 반전은 베티스 데뷔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지난 3일 열린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22라운드 경기에서 그는 베티스의 4-2-3-1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반 14분, 오른쪽 측면에서 날린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쇄도하던 이스코가 이를 마무리하며 안토니는 선제골의 기점 역할을 해냈다.

그는 72분을 소화하며 슈팅 2회, 기회 창출 2회, 패스 성공률 83%(20/24), 크로스 성공 1회, 롱패스 성공 2회, 태클 성공 1회를 기록했고, 경기 후 라리가 공식 계정은 안토니를 이날 경기의 MOM으로 선정했다.

베티스에서 이렇게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안토니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맨유 역사상 최악의 영입 중 하나로 꼽혔다.

그는 AFC 아약스 시절만 해도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선수였다. 2020-2021시즌 46경기 10골 10도움, 2021-2022시즌 33경기 12골 10도움을 기록하며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리버풀도 모하메드 살라의 대체자로 안토니 영입을 고려했을 정도였다.

맨유에서의 행보는 실망 그 자체였다. 2022년 여름, 맨유는 아약스에서 그를 영입하기 위해 1억 유로(약 1,495억 원)를 투자했다. 이는 맨유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이적료였다. 그러나 그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다.

첫 시즌이었던 2022-2023시즌, 그는 리그 25경기에서 4골 2도움에 그쳤다. 이어 2023-2024시즌에는 더욱 부진하며 리그 29경기에서 단 1골을 기록했다. 컵 대회를 포함해도 38경기 3골 2도움에 그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그는 공을 너무 오래 끄는 경향이 있었고, 상대 수비를 뚫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결국 올 시즌에도 반등하지 못한 채 벤치 멤버로 밀려났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매각 대상이 됐다.

안토니의 맨유 시절이 더욱 힘들어졌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에릭 텐 하흐 감독의 퇴진이었다.

텐 하흐 감독은 과거 아약스에서 안토니를 지도했던 인물로, 그를 믿고 영입했던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텐 하흐가 경질된 후 맨유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벵 아모림 감독은 안토니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아모림 감독은 안토니를 윙백으로 활용하는 실험까지 했지만,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맨유는 안토니를 매각 명단에 올렸고, 베티스가 그의 주급 10만 파운드(약 1억 8,000만 원)의 84%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임대가 성사됐다.

맨유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여러 선수들이 새로운 팀에서 반등에 성공한 사례는 많다. 최근에는 같은 맨유 출신인 메이슨 그린우드와 스콧 맥토미니도 각각 새로운 소속팀에서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안토니 역시 베티스에서 다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데뷔전에서 MOM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 리그 3경기 연속 MVP를 수상하며 경기력이 완전히 달라졌다.

스페인 현지 언론에서는 안토니가 베티스에서 계속 활약을 이어간다면, 맨유가 그의 완전 이적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베티스 측에서도 그의 완전 영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티스에서 완벽한 반등을 이루고 있는 안토니가 맨유에서 다시 기회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만약 그가 시즌 내내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맨유가 그를 다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맨유는 이미 새로운 감독 체제 하에서 스쿼드 개편을 진행 중이며, 안토니를 미래 계획에 포함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그의 커리어 향방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의 활약 여부에 달려 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