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선배이자 현재 영국에서 축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미 레드냅이 손흥민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던졌다.
레드냅은 "난 손흥민이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토트넘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손흥민이 리더십을 발휘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토트넘에 손흥민을 비롯한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 줄 만한 고참급 선수들이 없다며 토트넘의 상황에 대해 암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레드냅이 손흥민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한 이유는 토트넘이 지난 7일(한국시간)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 2차전에서 0-4로 참패해 카라바오컵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7일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4-25시즌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에서 0-4로 패배하면서 대회에서 탈락했다. 지난달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루카스 베리발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던 토트넘은 2차전에서 합산 스코어 역전을 허용하며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토트넘의 경기력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시종일관 밀리던 토트넘은 전반 34분 네덜란드 국가대표 공격수 코디 학포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학포의 선제골로 합산 스코어 균형을 맞춘 리버풀은 스코어를 뒤집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고, 후반전 내리 세 골을 추가로 터트리며 토트넘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토트넘은 후반 4분 만에 믿었던 안토닌 킨스키가 페널티지역에서 다르윈 누녜스를 넘어뜨려 내준 페널티킥에서 추가 실점을 허용하더니, 후반 30분 도미니크 소보슬러이에게 골을 내준 이후로는 일어나지 못했다. 5분 뒤인 후반 35분 버질 판데이크가 강력한 헤더로 토트넘의 골망을 흔들면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축구통계매체 '폿몹'에 따르면 이날 토트넘은 36%의 점유율만 유지했다. 토트넘의 기대득점(xG)값은 고작 0.18에 불과했다. 한 골을 넣을 기회는 고사하고 상대를 위협할 만한 장면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 토트넘은 다섯 번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슈팅이 모두 빗나가면서 유효슈팅은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화살은 손흥민에게 향했다.

손흥민은 이날 토트넘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슈팅 2회, 드리블 성공 0회(2회 시도), 크로스 성공 0회(3회 시도), 지상 경합 성공 1회(5회 시도), 리커버리 3회 등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한 차례 리버풀 골대를 강타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리버풀의 우측면에 있던 모하메드 살라가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유망주 풀백 코너 브래들리가 1도움을 올리면서 손흥민과 토트넘의 왼쪽 풀백 제드 스펜스는 더욱 초라해졌다.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이 부진했던 것은 맞지만, 레드냅은 손흥민의 경기력이 아닌 그의 리더십을 지적했다.
'스카이 스포츠'에서 축구전문가로 활동 중인 레드냅은 "나는 손흥민이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난 손흥민이 리더로서 팀을 이끄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토트넘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시기를 돌아봤다. 대체 손흥민은 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며 손흥민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레드냅은 또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불쌍하다"며 "제드 스펜스는 너무 많은 일을 했다. 어린 선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끌어주는 선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토트넘에는 그럴 만한 선수가 없다. 토트넘은 최근 기대 이하의 모습을 자주 보여줬지만 리버풀전은 유독 끔찍했다"고 했다.

각 팀의 주장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레드냅의 발언은 손흥민이 안고 있는 부담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손흥민은 부주장인 제임스 매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부재한 가운데 경기장에서 홀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리버풀전에서는 베테랑 수비수인 벤 데이비스 정도를 제외하면 손흥민과 함께 경기장 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만한 선수가 없었다. 데이비스조차 팀의 주장단이 아니기 때문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본인이 잘하지 않으면 팀의 공격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도 손흥민이 안고 있는 부담감이다.
도미니크 솔란케, 티모 베르너, 브레넌 존슨 등은 부상으로 빠져 있고 리버풀전에서는 히샬리송도 부상을 당해 교체됐다.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손흥민이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지만 두 선수 모두 지쳐있던 탓인지 답답한 경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손흥민과 쿨루세브스키가 침묵하니 토트넘도 침묵했다.
그러나 손흥민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손흥민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유독 손흥민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손흥민도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언제나 해결사 역할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뜩이나 이번 시즌에는 시즌 초반에 부상을 당해 한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고, 이후에도 회복하느라 애를 먹었다. 체력을 안배하려면 구단 차원에서의 관리가 필요한데, 현재 토트넘에 부상자가 많아 쉬지도 못하고 있는 손흥민이다.
매디슨과 로메로 두 부주장 없이 경험 적은 선수들 사이에서 혼자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손흥민이라도 경기 내외적으로 모두 항상 최고의 모습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런 점들은 모두 논외처럼 여겨지고 있다.
토트넘의 부진에 대한 책임이 손흥민에게만 있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주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방패처럼 토트넘을 향한 공격들을 모두 받아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