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킬리안 음바페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음바페가 중요한 상황에서 페널티킥 실축까지 저지르자 스페인 현지에서는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왕으로 군림했던 음바페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는 5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에 위치한 산 마메스 바리아에서 열린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와의 2024-25시즌 스페인 라리가 1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승점을 획득하지 못한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 2위에 머물렀으나 선두 바르셀로나와의 승점 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 두 팀의 승점 차는 4점이다. 밑에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32)가 레알 마드리드를 맹추격하고 있고,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승점 3점을 따낸 아틀레틱 빌바오(승점 29)가 4위에 위치했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8분 상대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한 뒤 잉글랜드 특급 재능 주드 벨링엄의 동점골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듯했으나, 벨링엄의 골이 터지고 2분 만에 다시 리드를 넘기는 골을 실점하면서 패배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빌바오에 패배한 것은 9년 만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음바페, 호드리구, 벨링엄, 페데리코 발베르데 등 주요 전력들을 모두 선발로 내보내 승리를 노렸다.
그러나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후반 8분 알레한드로 베렌게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더니, 이후 음바페가 동점골로 이어질 수 있는 페널티킥 찬스를 놓치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벨링엄의 득점으로 간신히 균형을 맞췄지만 2분 만에 고르카 구루세카에게 실점해 결국 패배했다.
이날 선발 출전해 전반 13분경 한 차례 상대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로 인해 아쉬움을 삼킨 음바페는 후반 22분 페널티킥으로 만회할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이 빌바오의 훌렌 아기레사발라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지난달 28일 리버풀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도 한 차례 페널티킥을 실축해 패배의 원흉이라는 낙인이 찍혔던 음바페는 이번 경기에서도 명예 회복에 실패했다. 음바페는 당시에도 리버풀의 골키퍼인 퀴빈 켈러허에게 방향을 읽혀 슈팅이 막힌 바 있다.
음바페의 실수는 벨링엄이 만회했다. 벨링엄은 후반 33분 음바페가 왼쪽 측면에서 감아찬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자 이를 잽싸게 낚아채 득점으로 연결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벨링엄의 득점으로 역전을 노릴 수 있게 됐으나, 불과 2분 만에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해 상대에게 다시 리드를 넘겼다. 후반 35분 발베르데가 공을 몰고 가던 와중 구루세타에게 빼앗겼고, 구루세타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밀어넣으면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좌절에 빠트렸다.
페널티킥을 실축한 음바페는 비판과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2000년대 레알 마드리드가 펼친 '갈락티코' 정책의 일원으로 유명한 구티는 "음바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들 음바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한다"며 "음바페는 자신감이 없고 겁을 먹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페널티킥을 차기 전 두려움에 떠는 것 같았다. 음바페는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티는 또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음바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통제하고 있었던 PSG로부터 벗어났다. 음바페는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다른 선수들과 경쟁을 벌어야 하는 다른 팀에 합류했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의 가치는 높다. 이는 정상적인 일이다. 레알 마드리드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은 어렵다. 레알 마드리드는 선수들이 뛰기 힘든 곳"이라고 덧붙였다.
음바페의 대선배이기도 한 구티는 그러면서도 "음바페를 명단에서 제외하는 건 최악의 방법"이라며 "그는 보호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최고의 팀에서 뛰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음바페를 믿고 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며 음바페를 감쌌다.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 바이블'은 음바페의 빌바오전 활약을 두고 "음바페가 빌바오전에도 부진했다. 그의 페널티킥 실축은 음바페가 자신감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음바페가 PSG에서 누렸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결정이 잘못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축구 저널리스트 로맹 몰리나는 "레알 마드리드는 음바페를 영입한 걸 후회 중"이라며 "음바페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은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 개인의 판단으로 성사된 이적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많은 코칭 스태프들이 음바페의 합류를 원하지 않았다. 음바페는 팀 라커룸에서도 동료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하고 있다"며 내부 소식을 폭로하기도 했다.
음바페를 향한 비판은 음바페가 단지 한두 경기에서 못했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스포츠 매체 '트리뷰나'에 따르면 음바페는 이번 시즌 치른 13경기에서 총 21회의 오프사이드 파울을 범했는데, 이는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기록인 것은 물론 2023-24시즌 음바페가 걸린 오프사이드보다 더 많은 기록이기도 하다. 매체에 의하면 음바페는 지난 시즌 PSG에서 29경기를 뛰며 20회의 오프사이드 파울을 기록했다.
결정력을 비롯한 전체적인 플레이도 이전 같지 않다. 음바페는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한 이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때문에 최전방 공격수로 뛰는 경우가 많은데, 포지션의 영향이라고 하기에는 음바페 본인의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음바페가 자신을 향한 여론을 뒤집으려면 자신감을 되찾는 게 우선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