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손흥민(토트넘)의 존재감은 컸다. 손흥민이 햄스트링 부상 후유증을 털고 3경기 만에 컴백과 함께 시즌 3호 도움을 올렸다. 앞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4경기 만의 복귀전에서 골을 추가한 데 이은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다.
손흥민은 3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홈 경기에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후반 초반 브레넌 존슨의 동점 골을 돕는 깔끔한 패스를공시켰다.
전반전에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듯했던 손흥민은 0-1로 뒤지던 후반 4분 일대일로 맞은 왼쪽 측면 돌파 상황에서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다 왼발로 크로스를 올렸다. 반대편에서 쇄도한 존슨의 오른발 슈팅에 정확하게 연결된 패스였다.
이 골의 경기의 분수령이 됐다. 토트넘은 이후 도미닉 솔란케의 멀티 골, 제임스 매디슨의 프리킥 쐐기 골을 더해 애스턴 빌라에 4-1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이 ‘승리의 파랑새’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러나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1-1이던 후반 11분 손흥민을 빼고 히샤를리송을 투입했다. 팽팽한 승부에서 팀의 가장 확실한 ‘해결사’를 빼는 예상치 못한 교체카드였다. 손흥민도 벤치의 교체 사인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제스처를 취했다.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는 손흥민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닥였지만, 손흥민은 그대로 지나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뒤 “경기 진행과 상관없이 (손흥민을)55분 정도만 뛰게 하려고 했다. 그 이상을 뛸 수 없는 상태”라며 계획된 교체였음을 밝혔다. 이전 부상 상황에서 서둘러 복귀한 영향으로 손흥민이 부상 후유증까지 시달렸다는 판단이다.
손흥민은 지난 9월 말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 10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대표팀 일정과 토트넘 공식전 3경기에 뛰지 않으면서 회복에 전념해 리그 8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 출전했다. 손흥민은 이날 골도 기록했지만 경기에서 허벅지 통증이 재발했다. 결국 이후 리그 9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전과 리그컵(카라바오컵) 16강 맨체스터 시티전까지 2경기 더 휴식을 취하고는 이날 복귀했다.
현지에서는 그라운드에서 늘 밝은 모습을 보여왔던 손흥민의 이례적인 분노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중계 화면에도 분을 삭이지 못한 손흥민의 제스처가 여러 번 포착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처럼 계획된 교체였다면, 베테랑 선수인 손흥민과 계획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리그 상위권 경쟁 상대인 애스턴 빌라와의 중요한 경기, 타이트한 경기 상황과 맞물려 손흥민에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으로 풀이된다.
한 축구인은 “종종 감독과 손흥민과 같은 베테랑 선수간 교체 이슈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손흥민도 더 뛰고, 해결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결국에는 부상 이슈에서는 선수 몸상태에 대한 모든 보고를 받고 판단하는 감독의 생각이 옳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가장 긍정적인 점은 손흥민이 팀 승리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점”이라며 “손흥민의 훌륭한 패스로 동점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치러야 할 경기가 많이 남아 있고, 우리는 손흥민이 필요하다”는 말로 손흥민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