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부, 나고야로 연고지 이전 강추" 타 팀 감독이 특정팀 얘기를 저리 해도 되나[민창기의 일본야구]

입력
2025.03.14 09:45
수정
2025.03.14 10:10
신조 니혼햄 감독은 최근 세이부의 나고야 연고지 이전을 추천했다. 타 팀 감독이 특정팀 연고지 이전을 거론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사진캡처=니혼햄 파이터스 SNS


세이부의 홈구장 베루나돔. 일반 야구장에 지붕을 얹은 형태다. 스포츠조선DB


만약 SSG 랜더스 감독이 창원까지 이동이 힘들다고 NC 다이노스 연고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야구팀 연고지역 지자체가 구단에 고압적이거나 비우호적인 자세를 보일 때 종종 프랜차이즈 이슈가 나온다. 리그 전체를 총괄하는 KBO 총재가 구단 입장에서 경고성 멘트를 날릴 때가 있다. 해당 구단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민감한 문제다.

니혼햄 파이터스의 신조 쓰요시 감독(53)이 연고지 이전을 언급했다. 그런데 소속팀 니혼햄이 아닌 같은 같은 퍼시픽리그 소속인 세이부 라이온즈 얘기다. 사견이라고 해도 타 팀 연고지 이전을 거론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시범경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신조 감독은 "세이부가 나고야로 갔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참의원 의원을 지낸 원로 야구인 에모토 다케노리(77)가 유튜브 채널에서 '나고야 이전'을 주장했는데 이에 동조한 것이다.

신조 감독은 먼저 세이부 홈구장 베루나돔(세이부돔)의 열악한 환경을 언급했다. 여름에는 엄청 덥고 겨울에는 매우 춥다고 했다. 이전부터 나온 얘기다.

베루나돔은 도쿄돔이나 반테린돔(나고야돔), 에스콘필드 등 일반적인 실내 경기장, 돔과 다른 형태다. 돔구장으로 설계된 게 아니라 일반 야구장에 지붕을 얹은 형태다. 스탠드와 지붕 사이 공간으로 비, 바람이 들이치기도 한다. 돔구장인데 벽면이 없어 장외 홈런도 나온다. 한여름엔 습도가 매우 높아 선수들 사이에서 "사우나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조 감독은 나고야를 중심으로 한 주부(중부) 지역 야구 열기가 매우 높아 매력적이라고 했다. 인구가 230만명이 넘는 나고야는 혼슈의 중앙부 아이치현에 자리하고 있다.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에 이어 일본에서 4번째 큰 도시다. 서쪽 후쿠오카에서 북동부 홋카이도까지 6개팀이 일본 열도에 펼쳐져 있는 퍼시픽리그 팀들이 이동이 용이하다.

베루나돔은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에 위치해 있다. 도쿄 인근 수도권이다. 도로 정체 시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세이부는 지난해 시즌 초반 감독을 교체했지만 91패를 당하며 꼴찌를 했다. 지난 5월 말 마쓰이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와타나베 감독이 경기 중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캡처=세이부 라이온즈 SNS


나고야엔 프로팀이 있다. 센트럴리그의 주니치 드래곤즈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주부 지역 중심지인 나고야라면 추가팀도 가능하다는 게 에모토의 주장이다. 세이부가 나고야로 이동한다면, 센트럴과 퍼시픽리그 2개팀의 터전이 된다. 공교롭게도 주니치와 세이부는 지난해 나란히 리그 꼴찌를 했다.

현재 프로야구팀이 2개가 있는 도시는 도쿄뿐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도쿄에 안방을 두고 있다. 니혼햄이 2003년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이동했다. 도쿄 인근에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지바 롯데 마린즈, 세이부가 자리하고 있다. 간사이 지역의 중심 오사카에 사실상 2개팀이 있다. 오사카의 오릭스 버팔로즈와 인접한 효고현 니시노미야에 한신 타이거즈다.

여론은 신조 감독 주장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당위성과 상관없이 타 팀 감독이 특정팀의 연고지 문제를 거론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파격적인 언행으로 주목받는 신조 감독이라고 해도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세이부가 연고지를 옮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세이부 구단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구단 모기업인 세이부그룹은 철도가 모체다. 사이타마현이 사업 근거지다. 세이부선으로 도쿄와 베루나돔을 연결한다. 세이부그룹이 야구단을 인수해 1979년 도코로자와에 둥지를 틀었다. 2008년 팀명에 사이타마를 붙여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가 됐다.

지난해 퍼시픽리그 신인왕에 오른 좌완 다케우치. 지난해 꼴찌를 한 세이부는 젊은 유망주들을 앞세워 올시즌 반등을 노리고 있다. 사진캡처=세이부 라이온즈 SNS


리그 우승 23번, 재팬시리즈 우승 13번. 세이부는 퍼시픽리그의 맹주였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일본프로야구 최강팀이었다. 최근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2023년 6개팀 중 5위를 하고, 지난해 최하위로 떨어졌다. 지난 시즌에 무려 91패를 당했다. 승률 3할5푼에 그쳤다. 모기업이 쇠락해 외부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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