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가장 궁금한 선수 중 한 명이 김혜성이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7일차 훈련에 앞서 취재진들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다.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오타니 쇼헤이, 사사키 로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주를 이뤘던 인터뷰, 하지만 이날은 김혜성이 주인공이었다.
올 시즌에 앞서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17억원)의 계약을 통해 LA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은 김혜성은 매일매일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떻게든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는 중. 특히 대부분의 선수들이 샤워를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까지 김혜성은 새로운 타격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팀에 대한 적응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스프링캠프 2일차 훈련에서는 전혀 여유가 없어 보였던 김혜성. 하지만 '3억 6500만 달러(약 5270억원) MVP' 무키 베츠가 김혜성의 특급도우미 역할을 해주고 있다. 타격 연습을 할 때마다 김혜성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 중이고, 수비 훈련이 끝날 때에는 '레츠 고 다저스(Let's go Dodgers!)'를 외치며 팬들의 호응을 유도, 김혜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수비에서는 지난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짧게나마 한솥밥을 먹었던 토미 에드먼이 김혜성의 적응을 돕고 있다. 김혜성 또한 펑고 훈련이 진행되는 시간을 비롯해 훈련이 끝난 뒤에도 에드먼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밖에도 오타니 쇼헤이와 미겔 로하스, 맥스 먼시 등이 김혜성이 다저스의 일원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2023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고우석(現 마이애미 말린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우석은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서울시리즈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끝내 단 한 번도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그리고 팀을 옮긴 뒤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도 여전히 불안한 입지에 놓여 있다.
김혜성도 마찬가지다.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고, 빅리그 계약을 체결했으나, 개막전 로스터 진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후 수비 훈련이 진행되는 과정을 본다면 김혜성은 토미 에드먼, 키케 에르난데스, 미겔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와 경쟁을 해야 한다. 지난 13일 캠프 2일차에서 김혜성은 에드먼, 키케, 테일러와 함께 2루에서 펑고를 받았고, 17일에는 테일러, 에드먼과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아직 실력이 검증되진 않았지만, 김혜성을 향한 로버츠 감독의 기대감은 커 보였다. 사령탑은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김혜성은 우리 캠프에서 체지방이 가장 적은 사람 중 한 명"이라며 "나는 김혜성이 자신에게 베팅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김혜성에게는 다른 기회가 있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좋은 선수들이 많은 다저스를 택했기 때문에 높이 평가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18일에는 감독 브리핑 시간의 대부분이 김혜성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이 자리를 통해 김혜성을 향한 로버츠 감독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은 빠르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며 "김혜성의 수비는 매우 매끄럽고, 공격적으로는 빠른 스피드를 통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필드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 선수"라며 "김혜성이 빅리그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많은 경기에 출전하게 할 것이지만, 그는 이미 빠르게 공부하고 있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로버츠 감독의 호평은 계속됐다. 사령탑은 "김혜성은 수비만으로도 팀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혜성과 팀 입장에서 어느 자리가 좋은지는 당장 대답할 필요가 없다. 뛰는 모습을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김혜성은 많은 경기에 나갈수록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김혜성은 강인하다. KBO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엘리트 선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내가 이 캠프에서 가장 궁금한 선수 중 한 명이 김혜성"이라고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팀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 사령탑의 설명. 그는 "김혜성은 잘 적응하고 있다. 선수들과 잘 섞이고 있다. 보시다시피 무키 베츠는 김혜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그가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압박감을 주는 방식으로 적응을 돕고 있다"며 "즐거운 환경에서 훈련을 해야 지속이 가능하다. 여기에 재능이 더해지면 우리의 힘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버츠 감독은 많은 경기 출전을 예고하면서도 "아직 김혜성의 타임라인을 알 순 없다"고 말했다. 즉 개막 로스터 진입은 아직까지 속단할 수 없다는 것. 일단 사령탑에게 눈도장은 찍었다. 이제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