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뉴욕 메츠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팀의 핵심 불펜 투수로 활약한 브룩스 레일리(37)의 구단 옵션을 실행했다. 메츠는 2024년 레일리에게 650만 달러(약 95억 원)를 지불하며 그를 팀에 남겼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가 '가성비' 선택이라고 반겼다.
레일리는 2023년 메츠 유니폼을 입고 66경기에 나가 54⅔이닝을 던지며 1승2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했다. 탬파베이 소속이었던 2022년 6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한 뒤 2년 연속 빼어난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특히나 왼손 타자에게 대단히 강한 면모를 보여줬고, 성적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좌타 상대 스페셜리스트였다.
그런 불펜 투수는 충분히 650만 달러의 값어치가 있었고, 레일리는 메츠의 불펜 투수 중 좌타 상대 1번 옵션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출발도 완벽했다. 첫 8경기에서 7이닝을 던지며 단 1점의 자책점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모습으로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문제가 생겼다. 팔꿈치에 탈이 났다.
시즌 시작 전부터 팔꿈치 이슈가 있었던 레일리는 결국 지난해 5월 말 수술대에 오르는 것을 결정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최소 1년 이상의 재활 기간이 필요했고, 메츠와 계약은 그대로 끝이 났다. 메츠로서도 날벼락, 레일리로서도 날벼락이었다. 메츠는 졸지에 왼손 셋업맨을 잃었고, 레일리는 30대 중반에 받은 수술이 경력을 위협할 수도 있었다.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레일리는 아직 새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재활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일정이라면 이제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을 시작할 시기다. 실전 피칭까지는 한참이 남았다. 젊은 나이도 아니라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 당분간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선에서 사라질 수 있다.
아마도 몸 상태가 회복되고, 100% 투구를 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투구를 하는, 이른바 '쇼케이스'를 열 전망이다. 다만 재활이 완벽하게 된다는 가정 하에 관심을 가질 만한 구단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좌타자를 잡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레일리는 2022년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55,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0.70을 기록했다. 2023년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50으로 조금 오르기는 했으나 반대로 우타자 상대 성적이 좋아졌다. 2024년은 부상 전까지 좌타자에게는 단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레일리가 등판하면 상대 팀이 우타 대타로 바꾸는 경우가 잦았을 정도였다.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에는 그런 능력이 확실하게 각인되어 있다.
이에 시즌 중반 재활이 다 끝나면 레일리를 데려갈 팀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의 능력을 가장 잘 아는 뉴욕 메츠부터가 계속 끈을 이어 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못해도 마이너리그 계약은 충분히 가능해 보여 올해 재기의 발판은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레일리에게 메이저리그는 도전의 장이었다.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에서 5년(2015년~2019년)간 뛰며 성공한 외국인 투수였던 레일리는 KBO리그에서의 안정적인 조건을 뒤로 하고 2020년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선언했다. 더 늦으면 도전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그런 레일리는 각고의 노력 끝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자리를 잡았고, 2022년과 2023년 뛰어난 성적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을 이어 온 레일리가 2025년 재기 발판을 다시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